덥다 덥다했지만 올 여름은 지난해보단 덜했던 것 같다.기록만 봐도 지난해는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이 많았다.그러나 그 여름은 아무리 더웠어도 지난 것이고,올 더위는 덜 했다하나 당면한 일이다.모든 여름이 가장 더운 것으로 감각되는 이유일 것이다.지난주에는 제10호 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동해안에 많은 비가 내렸는데,이 여름의 끝을 알리는 통과의례 같다.

더운 날이 더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지난 8일 입추(立秋)가 지났다.작가 이효석은 “가을은 차고 이지적이면서도 그 속에는 분화산(噴火山) 같은 정열을 감추고 있어서,그 열정이 이지(理智)를 이기고 기어이 폭발하는 수도 있고,이지 속에 여전히 싸늘하게 숨어 있는 수도 있다.”라고 했다.그는 이 무렵을 여름의 열정과 가을의 이지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시기로 봤던 것이다.

계절은 문패를 바꿔 달았고 덥다 해도 주인은 가을이다.소서(小暑)니 대서(大暑)니 삼복(三伏)이니 하는 뜨거운 여름의 말은 힘을 쓰지 못한다.그 빈자리를 이름만 들어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가을의 절기가 채워가는 중이다.입추를 신호탄으로 23일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이고,9월로 넘어가면 백로(白露) 추분(秋分)이 가을의 본색을 더 진하게 드러낼 것이다.

다음달 13일이 벌써 추석이어서 여름이 더 짧게 느껴지는 것도 같다.꼬리가 다 빠져나가지 못한 여름의 퇴장을 그렇게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설날과 함께 우리나라가 가장 크게 지내는 명절이 바로 추석이다.올 추석은 5년 만에 가장 이르게 찾아온 것으로 그래서 ‘여름 추석’으로 불린다고 한다.유통업계에서는 때 이른 추석 대목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올 여름 세상은 전보다 더 뜨거웠다.여름의 한복판을 지나는 동안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보복이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뜨거운 것엔 뜨거운 것으로 이열치열(以熱治熱)로 고비를 넘고 있다.뜸했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재개된 것도 불쾌지수를 높여놓았다.뒤섞여 있는 것 같지만 계절은 분명 ‘이지(理智)’가 국면을 장악해 가고 있다.항차 작금의 정세가 그러하길 바란다.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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