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모스크바 공정선거 시위 언급 “러시아도 정치적 자유 지켜져야”
푸틴 “우리는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 같은 상황 안 일어나게 할 것”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단독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상대국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와 관련해 신경전을 벌였다.

마크롱이 러시아의 공정선거 시위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먼저 거론하자 푸틴은 “우리는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같은 상황이 안 일어나게 하겠다”고 반박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마크롱 대통령이었다.

그는 이날 대통령 여름 별장인 지중해 연안 브레강송 요새에서 푸틴과의 본격적인 정상회담에 앞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우리는 올 여름을 저항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의견의 자유, 선거에 참여할 자유로 명명했다. 유럽 주요국들에서 그러하듯이 러시아에서도 이런 자유들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 지난달 20일부터 매 주말 공정선거를 촉구하며 이어져 온 대규모 시위를 거론한 것이다.

러시아 시민들은 다음 달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한 것에 반발해 시위를 벌여왔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 등 서방 세력이 러시아의 정치적 혼란을 노리고 인터넷과 언론매체 등을 통해 선거 과정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지난 17일 집회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지난 10일 시위에는 주최측 추산 6만명이 참여했고, 경찰은 시위대 240여 명을 체포했다.

푸틴은 마크롱의 이런 기습 발언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모스크바 시위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것을 기회로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러시아의 연속시위 관련 질문에 “나는 여기 손님으로 왔고, 그런 주제를 얘기하는 것은 거북하다”면서도 프랑스의 노란 조끼 연속집회를 거론했다.

푸틴은 “우리의 계산에 따르면 ‘노란 조끼’ 연속 시위 와중에 프랑스에서 11명이 죽고 2천500명이 다쳤다”면서 러시아의 수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란 조끼 시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노란 조끼’ 연속시위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늦봄까지 주말마다 프랑스 전역에서 이어진 연속집회로, 서민경제 개선과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을 요구하면서 마크롱 정부를 집권 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은 시위였다. 시위가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경찰의 최루탄에 시위 참가 시민이 맞아 숨지는 등 사망자도 발생했다.

마크롱은 이런 푸틴의 반격에 재반박했다.

그는 러시아와 프랑스의 정치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면서 “‘노란 조끼’라 불리는 사람들은 유럽의회 선거나 지방선거에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다. 그들이 선거에 출마해 자유롭게 정견을 표현할 자유가 있고 그래서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시위를 하고 선거에 참여하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국내의 반정부 집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긴 했지만, 우크라이나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루는 기류도 보였다.

마크롱은 우크라이나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5년간 지속돼 온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을 종식할 실질적인 기회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親) 러시아 반군 사이의 무력분쟁 종식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4자 회동에 “향후 몇주일 내로” 참여하고 싶다는 희망을 강하게 피력했다.

4자 회동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독일과 프랑스가 참여해 분쟁 종식을 논의하는 자리다.

푸틴은 이에 “새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내가 논의한 내용을 마크롱 대통령과 얘기하겠다”면서 “우리는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G8(주요 8개국) 협의체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G8 재합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파트너국가들과 어떤 형태로든 접촉하는 것은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G8(주요 8개국)의 일원이었으나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한 이후 쫓겨나 현재의 G7 체제가 굳어졌다.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의 남쪽 흑해로 돌출해 있는 반도로, 본래 러시아 영토였다가 1954년 우크라이나에 편입됐지만, 2014년 러시아가 병합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이를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불법 침탈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각종 제재를 부과해왔다.

두 정상은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서는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마크롱은 시리아 북서부의 반군장악 지역의 주민들이 정부군의 공격의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작년 11월 소치에서 체결된 휴전협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푸틴은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이 테러리스트로부터의 위협을 종식하기 위해 펼치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해 시리아의 공격이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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