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행정부 연쇄만류에도 연장 실패…“미국 이해” 韓설명에 반박도
한일갈등 적극 개입할까…폼페이오 “한일, 옳은 곳으로 관계 되돌리길”

▲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청와대에서 “정부는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하여 일본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2019.8.22
▲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청와대에서 “정부는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하여 일본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2019.8.22

한국이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해 미국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시했다.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한 데 대한 불만이자, 한일관계 악화로 동북아의 3국 공조 체제가 훼손될 것에 대한 우려감이 결합된 반응으로 해석된다.

이런 기류는 지소미아와 관련해 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소통했고 한미동맹에도 흔들림이 없다는 한국 정부의 설명과 괴리가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의 반응은 우려와 실망에 방점이 찍혀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우리(미국)는 한국이 정보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게 돼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대변인 논평에서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선 논평에서 한일 간 조속한 이견 해소를 바란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면 이후 논평에선 ‘문재인 정부’와 ‘지소미아’를 직접 거론하며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그동안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미 행정부 고위급들은 일관되게 지소미아 연장 입장을 밝혀왔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역시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당일인 22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회동한 자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같은 기류는 북미 정상 간 합의한 북핵 실무협상 재개의 지연, 중국과의 갈등 등 동북아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결정이 한일 갈등을 격화하며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로 비쳐지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 정부 소식통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과 관련해 “불만족스럽다”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기까지 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달 일본의 ‘백색국가 한국 배제’ 결정을 앞두고 현상동결(스탠드스틸) 합의를 제안하고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까지 주선하는 등 일본의 전향적 태도를 간접 압박했지만 일본의 배제 결정 강행 역시 막지 못했다.

미국이 한일 문제에 관여했다가 도리어 체면만 구긴 모양새가 된 것으로, 당장 언론에서는 “미국의 존재감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증거”(뉴욕타임스), “지역안보 이니셔티브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 있어 직면한 장애물을 보여주는 것”(블룸버그통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배제 결정이 한일 양국 간 경제적 갈등이었다면 지소미아 종료는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상징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그 의미을 더 크게 받아들일 수 있다.

미국은 이달초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각의 결정을 내렸을 당시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최근 몇 달 간 양국의 신뢰를 손상해온 정치적 결정에 대한 일정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한일이 창의적 해법을 위한 공간을 찾기 바란다”는 수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앞으로 한국의 이번 결정을 포함한 한일 갈등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관건이다.

미국은 그동안 양국 간 역사적 마찰에 기반한 갈등이라는 태도를 보이며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중간자적 태도를 보였다. 대화의 장을 만드는 촉진자 기능을 하겠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개입하는 중재자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역할로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난 상황에서 기존 태도를 유지할지, 아니면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할지가 미국으로선 고민의 지점일 수 있다.

일단 미국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한일 양국이 대화를 통해 ‘옳은 곳’으로 관계를 되돌리길 바란다며 “두 나라 각각이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우리는 가능한 분야에서 일본, 한국과 함께 양자 및 3자 방위와 안보 협력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연합뉴스에 보낸 서면 입장을 통해 “한일은 현재의 교착을 계속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으나 (상황이) 계속되면 모든 쪽에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면서 “미국은 관여해야 하고 지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파병 등 한국을 향한 압박을 높이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7일 한국이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했다고 주장하며 방위비의 ‘대폭 증액’을 기정사실로 했으며, 미국은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항행의 자유’와 국제사회 협력을 거론하며 사실상 한국의 파병을 요청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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