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의 로컬푸드 이야기] 5. 강원도 막국수 ②
영양학적 균형잡힌 식품
숙취 해소·혈관 강화 탁월
1980년대 방송타며 유명
편육·김치 곁들이면 꿀맛

여름내 몸서리치는 더위와 싸워가며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 일상에 몸도 맘도 다소 지친 듯하다.한낮 더위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지만,입추가 지나서인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늦여름 거창한 목적 없이 떠난 발걸음은 의외로 가볍다.단순한 먹거리 여행이지만 함께해서 즐거운 가족,연인,친구들과의 동행은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오늘은 일상에 지친 몸과 맘에 절실히 필요한 에너지를 재충전하기위해 두 번째 막국수 여행을 떠나본다.

한국의 국수 요리 중 하나로 메밀로 만든 면을 삶아 씻은 후에 양념장,잘게 썬 김치,채 썬 오이,삶은 달걀 등을 얹어 비벼먹거나 동치미 국물이나 고기로 우려낸 육수를 자작자작하게 넣어 물 국수로도 먹는 일품인 요리가 막국수다.막국수의 주원료가 되는 메밀은 특성상 춥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여러가지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훌륭한 음식이다.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B,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다이어트에도 좋은 음식이다.술을 해독시키는 코린이라고 하는 비타민도 함유하고 있어 숙취해소에도 좋고 루틴성분이 혈관을 튼튼하게 해 모세혈관의 탄력성을 지켜준다.또 췌장의 기능을 활성화시켜주고 뇌질환과 당뇨,고혈압에도 좋다.비타민B와 P가 풍부해 잇몸의 염증을 없애주는 효능 또한 있다.

막국수의 가장 큰 장점은 지역에 따라 그 지역 특색의 재료를 가미하거나,먹는 사람에 따라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육수를 넣지 않고 양념장으로만 비벼먹거나 양념장을 넣지 않고 육수로만 말아 먹는다.아니면 양념장에 식초나 겨자,설탕을 더 넣어서 먹는 사람도 있다.여기에 각종 양념으로 잘 버무려져 익힌 열무김치나 배추김치,특히 시원하고 아삭하고 깔끔한 백김치,메밀전,돼지고기 편육 등을 곁들여 먹으면 계속되는 더위에 지쳐 가는 이때 제 집을 떠난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데 제격이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막국수는 강원도 사람들만 아는 음식이었다.이후 1980년대 중반 한 방송에서 강원도 정선 토속요리로 국수틀로 국수를 솥단지에 눌러 뽑아 동치미 같은 것을 대충 말아 먹는 막국수를 소개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현재 막국수는 지역적 특색과 먹는 이들의 기호를 살려 저마다의 재료와 다양한 조리법으로 각양각색의 맛을 선사하며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 됐다.

어느덧 바람을 가르며 도착한 짠 내음이 물씬 풍기는 속초.신선한 채소와 과일,여러가지 엄선된 재료 등을 넣고 오랜시간 직접 끓여낸 육수에 대한 자부심과 가족을 위하는 정성을 다한 손맛이 어우러진 물 막국수와 명태회 막국수가 일품이다.보통은 사골이나 닭뼈를 고아 깊은 맛을 우려내거나 숙성시킨 동치미로 시원한 맛을 주고,혹은 함께 적절하게 배합한 깊고 시원한 맛을 주는 육수를 사용하지만 과일육수를 사용하기도 한다.

먼저 메밀싹이 올려져 있고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물막국수.망설임 없이 국물부터 쭉 들이켜 맛을 봤다.와우! 과일 육수라서 그런지 새콤달콤한 맛과 시원한 청량감이 혀부터 목을 타고 가슴까지 느껴지는 그 맛이 막바지 더위를 확 날려버리고 피로에 지친 몸의 감각을 깨우기에 그만이다.

여기에 반찬으로 나온 무생채와 열무김치를 얹어 젓가락으로 한 움큼 돌돌 말아 입안 가득히 넣어주니 새콤달콤하고 아삭아삭한 풍미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입안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린 듯싶다.

이번엔 명태회 막국수.약간 심심할 수 있는 막국수에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말린 황태를 육수와 고추장,고춧가루,식초,매실청,올리고당,간장,마늘,참기름,통깨 등으로 무쳐 비빔막국수 위에 올려 내놓았다.

눈으로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환희에 찬 젓가락질로 막국수와 명태를 듬뿍 들어 입안 가득히 넣어 보니 수분이 적당한 메밀과 새콤달콤한 양념,약간 꾸덕꾸덕한 황태초무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천상의 궁합을 이룬다.여기에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 없이 부드럽게 잘 삶아져 적당히 기름기가 흐르는 편육과 반찬으로 함께 나오는 무말랭이무침을 쓱 얹어 먹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구수한 메밀의 맛과 입안에 살살 녹는 황태초무침의 깊은 여운을 남기며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함께여서 좋은,나눌 수 있어 즐거운,채울 수 있어 행복한 여행으로 ‘강원도 막국수 여행’을 떠나보자.

최윤희 교수

△한림성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한국식품영양과학회 정회원△전 한림대 한국영양연구소 연구원△전 한림대 기후변화연구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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