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교원 인제 취재국장
▲ 진교원 인제 취재국장
‘배수진을 친다’는 관용어가 있다.‘배수진(背水陣)’이라는 말은 중국 역사서 사기(史記)의‘회음후전(淮陰侯傳)’에 나오는 말로,한나라의 한신(韓信)이 강을 등지고 진을 쳐서 병사들이 물러서지 못하고 죽을 힘을 다해 싸우도록 해 조나라의 군사를 물리쳤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것이다.

배수진은 적과 전쟁을 하는 병법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세상을 살아가는 삶과 생활속에서,국가 또는 지역정책과 사업속에서도 배수진을 치는 일이 생길 때가 종종 있다.어쩌면 생뚱맞은 이야기일지 모르나,인제군이 그렇다.내설악과 금강산의 남북관광특구 조성의 기반이 될 평화도로 구축사업의 핵심인 인제IC와 동서고속화철도 원통역을 잇는 국도 31호선의 대체도로 신설을 지역 최대 현안으로 올려놓고 전방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최상기 인제군수가 수시로 국회와 당정 관계자를 방문,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협조를 구하는 한편 대내외 여론조성을 위한 심포지엄을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혹자는‘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해결이 된다’는 식의 편안한 생각을 할지 몰라도,지금의 지역상황이 예사롭지 않다.인제군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며 버텨왔던 인구 3만선 붕괴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갈지 모르는 절박한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1970년대초,한때 인구 6만을 자랑하던 인제군은 도시화에 따른 젊은 층의 유출로 쇠퇴가 가속화돼 브레이크 없이 내리막길을 걸어왔다.인구는 2018년 기준 3만2136명,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 중 6014명으로 18.7%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서,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조만간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인구와 교통은 지역발전에 중요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교통이 좋아야 인구유입과 기업체 유치 등이 원할하다는 것은 자명하다.수 년뒤 지역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산으로 둘러쌓인 ‘육지속의 섬’에서의 탈피를 위해 명운을 거는 이유다.도로는 인적·물적의 흐름을 동반하면서 소통하는 통로인 동시에 지역흥망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도로가 막히면,지역을 정체시키고 서서히 도태시켜 결국 고사케 한다.

여기에,동서를 연결하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이 획기적인 지역발전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지역 중심지를 비껴가면서 별다른 이익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인제 IC가 있지만,국도 제31호선을 타고 인제읍까지 최소 수십분이 소요되면서,지역 방문객들이 외면하고 있다.명목만 인제IC이지,속빈 강정꼴이다.서울∼양양 고속도로는 지역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해 오던 국도 44호선까지 쇠락의 길을 걷게 하고 있다.

국도 제31호선의 대체도로 건설을 중앙정부와 관계부처에 꾸준히 건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세월이다.그들은 경제성만 따진다.그러나,교통 인프라 구축은 경제적 타당성을 가지고 타 지역과 동일한 기준 잣대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작금,지역 주민들은 전국 최고의 청정 자연을 자랑하는 문화관광 중심지로의 도약과 통일시대 미래를 위해 막힌 흐름을 뚫어 주길 소망하고 있다.지역 미래를 위해 국도 제31호선 대체도로 건설을 기대하고 있다.우리가 일을 하다보면 승부를 걸어야 하는 때가 있음을 느낄때가 있다.뜨끈미지근하게 대응하거나,어영부영하다가 놓쳐버리는 것은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다.지역이 응집된 힘으로 배수진을 쳐야할 때가 이제부터라고 한마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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