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하얗다고 하더니

이제는 지난날들이 하얗게 바랬다

창가 지키는 작은 장미 넝쿨을 보며

소녀적 당신만 우기는 것은

하얀 기억 속 아직은 남아 있는 따뜻한 추억



검지가 잘려도

단숨에 끝내 버리던 짭짤한 살림 솜씨는

달라기만 하는 투정으로 돌아앉아 어미인 것이 두렵고

아내였던 것을 밀치고 여자인 것에 사래질 쳤다



흔들림 안에 아련히 비추는

기억하기 어려운 정체성으로

이제 다 섭렵해가는 치매는

에미 손끝으로 내 가슴으로 기어든다



홍연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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