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다가설 수 없던/당신과 나 사이/서로의 말을 듣기보다/귀를 닫기 바빴습니다/(중략)/잠시 떨어져 서로의 다름을 생각하다/부족한 부분 채울 수 있다며/오늘도 이렇게 시작하겠습니다/좋은 아침입니다” 시민 공모작에 선정돼 서울 지하철역에 게시되어 있는 김병곤씨의 ‘출근길’이란 시의 일부다.바쁜 출근길,하루를 시작하는 다짐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한 이 시는 출근하는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매일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출근길에 나선다는 것은 어떤 일이든지 항상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하지만 정작 출퇴근이 일상인 사람들은 이를 잘 깨닫지 못한다.때로는 출근길을 지옥길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때론 몸이 아파 힘들고 고통스럽지만,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근길에 나서야 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또 월요일이나 휴가를 마친 다음날 출근을 반기는 사람도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출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에 비할 수 없다.

사진가 서준영은 동물원의 동물들과 샐러리맨의 발자국 사진을 반복해 배열한 ‘2008 출근길’이란 작품을 통해 사회와 제도에 갇힌 사람들에게 ‘행복한 우리’로 포장되어 있는 이 사회가 정상인가를 묻고 있다.출근하는 샐러리맨의 발자국을 동물들의 그것과 함께 표현함으로써 일상에 묻혀사는 현대인의 현실을 그렸다.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변함없이 출근길에 나선다.이것이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 가야 할 삶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 이재수 춘천시장이 걸어서 출근하는 모습을 지인의 SNS를 통해 접하면서 출근길을 다시 생각했다.그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특별한 일정이 아니면 주로 시내버스를 이용해 출근하거나 40분 거리를 걸어서 출근했다고 한다.그날도 소양2교를 건너 걸어서 출근하는 모습이 지인의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이 시장은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것은 일상 속에서 시민으로 만나는 시장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시민속으로,시민과의 일체성을 갖고 시정을 하겠다는 다짐이다.‘시민이 주인입니다’를 시정 목표로 하고 있는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매일 출근길을 나서고 있는지 궁금하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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