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영화제 칼럼] 3. 여배우는 오늘도
배우 문소리 직접 메가폰 잡아
‘불편 걸친 일상’에 관한 이야기

▲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스틸컷.
▲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스틸컷.

3. ‘문소리가 오늘도 달리는 이유’- 본선 경쟁작 ‘여배우는 오늘도’


“젠장,여배우 진짜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

영화 포스터 속에서 그녀는 아름다운 붉은색 드레스와 붉은 하이힐을 신고 레드카펫이 아닌 붉은 바닥의 육상 트랙을 달리고 있다.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대배우 문소리.그녀는 왜 불편한 드레스에 하이힐 차림으로 이토록 힘차게 트랙을 달리고 있을까.

“한국영화 죄다 조폭 아님 형사지”라는 대사가 영화에서 나온다.배우 문소리가 ‘여’배우로서 느낀 깊은 답답함이 느껴지는 대사다.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까지 받은 그녀지만,캐스팅되기 위해서는 연기 잘한다는 말보다 매력적이라는 말이 더 고프다.이리저리 치여 기분이 엉망진창이었다가도 유명감독 영화에 캐스팅된 사실을 알고 뛸듯이 기뻐한다.

이 영화는 배우 문소리의 감독 데뷔작이다.주인공은 자신이고,영화의 소재나 컨셉 또한 배우 문소리다.카메라 뒤에서 모니터를 보며 자신의 상황을 곱씹는 감독 문소리는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배우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며 관객의 동의와 소통을 꿈꾸는 색다른 방식을 감독 문소리는 선택한다.

영화는 3편의 단편 이야기를 하나로 묶었다.1막에서는 연기력과 매력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배우 문소리,2막은 엄마이자 딸,아내로서의 문소리.그리고 3막에는 영화인이자 예술가로서의 문소리가 녹아있다.오히려 배우 문소리보다 생활인 문소리의 삶이 더 매력적이고 살갑게 다가온다.

화려한 여배우의 분장을 지운 생활인 문소리는 엄마,딸,아내,며느리 역할에 소진(Burn-Out)되어 악을 쓰며 도로를 달린다.감독 문소리가 배우 문소리를 벌거벗겨 우리 옆에 데려다 놓은 것이다.그러므로 그녀는 자유롭다.그리고 감독 문소리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감독 문소리는 관객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묻기보다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묻는다.관객들도 각자가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어느새 배우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우리에게는 모두 드레스와 하이힐이 있다.그 불편한 겉치레들을 걸치고 우리는 모두 오늘을 달리고 있다.그녀와 마찬가지로.

최선경·2019 춘천영화제 시민패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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