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태 평창주재 국장

▲ 신현태 평창주재 국장
▲ 신현태 평창주재 국장

며칠전 한 친구로 부터 우스꽝스러운 작별인사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받았다.‘아쉽지만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저는 이제 한국을 떠나려 합니다’로 시작해 순진하게도 필자는 ‘아! 이 친구가 갑자기 외국으로 이민을 가는 가 보다’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끝까지 읽고 나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한국을 떠난다는 이 메시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폭염’이었기 때문이다.SNS에서 꽤 인기있는 메시지인지 하루 뒤 친한 선배도 똑같은 메시지를 보내왔다.지난 여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폭염에 고통받았으면 이런 메시지가 유행하는 걸까.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7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해발 800여m 고랭지로 열대야가 없는 평창의 서늘한 날씨는 열대야를 피해 몰려 온 피서와 캠핑객들로 붐볐다.여름철 평균 기온 19℃로 열대야가 하루도 없는 대표적 폭염 피서지인 대관령 정상의 구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 주차장과 주변 지역은 몇 년전부터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도시인들이 몰려 거대한 야영장으로 돌변하고는 한다.

피서객들은 주차장 바닥에 텐트를 치거나 요즘 레저의 대세인 캠핑카를 이용한 야영으로 시원한 대관령에서 열대야를 모르는 휴식을 즐겼다.또 지난해 야생화 생태단지를 조성한 미탄면 청옥산 육백마지기도 캠핑객들 사이에서 최고의 캠핑지로 인기를 끌며 수많은 관광객과 캠핑객들이 찾아 몸살을 앓았다.

육백마지기는 해발 1200m의 고원지대이지만 자동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국내에서 몇 안 되는 장점으로 하루에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주말에는 650여대의 차량이 방문,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오죽하면 미탄면이장협의회가 주민 생활불편과 야영객의 취사와 쓰레기 투기로 청정 자연환경 훼손,분뇨 방뇨에 따른 주민 식수원 오염을 우려하며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평창군에 탄원서를 보내 외부차량의 전면 통행금지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주민들의 강한 요구가 있었지만 평창군은 이 진입도로가 농어촌도로로 전면 개보수 공사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통행불가 상황을 제외하고는 통행을 금지할 수 없자 9월부터 육백마지기에서의 취사와 야영을 전면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폭염과 열대야를 피해 시원한 고원 청정지대를 찾아오는 피서 캠핑객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대책이 뒤따르지 못해 캠핑장이 아닌 주차장과 도로변 공터 등에서 야영과 취사를 하며 교통사고와 화재위험 등이 따르는 것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양심없는 야영객들이 무단으로 투기하는 쓰레기로 환경이 오염되고 이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은 행정과 지역주민의 몫으로 남는다는 점이다.여기에 폭염기 고원지대를 찾는 캠핑과 야영객들은 대부분 먹거리 등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와 현지의 지역 상경기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지역에 혼잡함과 쓰레기만 남긴다는 것이 주민들의 불만이다.

그렇지만 폭염을 피해 열대야 없는 시원한 지역을 찾아오는 이들을 막기보다 이들이 편안히 캠핑과 야영을 즐기고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경기활성화를 위해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무한경쟁을 펼치고 타 지역에 없는 특별함이 경쟁력 높은 관광상품이 되는 시대에 이들 고원지대에 캠핑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조성해 환경오염과 주민불편 없는 합법적인 캠핑 야영객을 더욱 많이 유치,지역의 상품을 판매하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다.폭염을 피해 찾아오는 피서객들에게 열대야가 없는 평창 청정 고원지대의 시원함을 팔아먹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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