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성 변호사

▲ 박찬성 변호사
▲ 박찬성 변호사

‘오늘도 나는 회사에서 더 이상 즐거울 수 없으리만치 즐거웠다! 내일도 내가 제일 먼저 출근해야지!’라면서 퇴근하는 이가 세상에 있을까?인간이 삶의 이유와 의미를 자신이 수행하는 일에서 찾는다고도 하지만,당장의 일이 고될 때 이런 말이 귀에 들어오기라도 할는지.오죽하면 사람들이 ‘워라밸’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까.

생각해 보면,일 자체의 강도와 난이도가 만만치 않고 업무량이 압도적이라고 해도,우리가 그 속에서 매일 피로와 고통에만 시달리는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때때로 찾아오는 보람도 있지 않은가.가끔씩 찾아오는 이 소소한 기쁨이 일상의 업무를 계속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그러니 누군가의 일이 그 누군가에게 삶의 이유와 의미일 수 있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일터에 나간다는 것이 주는 압박감이란 분명히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있을 것이다.뭐가 문제일까?과다한 업무량?쥐꼬리만한 월급?직장 내의 인간관계?전부는 아니겠지만 동료나 선·후임 관계에서 오는 모종의 스트레스가 사람을 노곤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으리라.한 보도에 따르면 직장인의 퇴직사유 중 1순위가 다름 아닌 상사의 갑질이라 한다.

필자만 해도 그렇다.일이 힘든 것은 참을 만 했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차원이 확연히 달랐다고나 할까.예전에 인권 관련문제로 상담을 요청해 왔던 많은 사례들도 대개는 인적 네트워크 속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의 문제이기도 했다.업무 자체도 힘든데 괴롭힘의 고통마저 감내해야 할 때,삶이 이보다 더 끔찍해질 수도 있을까?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얼마 전 새로 시행됐다.사실 이런 명칭의 새 법이 생긴 것은 아니고,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제76조의3 조문이 추가된 것이다.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법적 의무를 지게 됐다.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했는데 사용자가 오히려 그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했다면 이때는 그 사용자를 형사처벌한다.

업무 내외를 불문한 집단 따돌림,폭언이나 모욕,폭행이나 위협적 언사와 같은,누가 봐도 명백한 괴롭힘도 여기에 해당되거니와,유독 특정한 근로자에 대해서만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지도 않은 허드렛일이나 힘든 업무를 반복적으로 시키는 행위,업무능력이나 성과를 조롱하는 행위,정당한 이유도 없이 업무와 관련한 중요 정보의 제공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행위 등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법 시행 이전에도 직장 내 괴롭힘은 있어서는 아니 되는 부당한 것이었다.어느 누가 괴롭힘을 당하려고 직장에 출근하겠나.이런 금지규정을 법에 명시해 둬야 하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이왕 법조문도 새로 마련됐으니 우리 자신을 차분히 돌이켜 보자.누군가를 괴롭히고 있었으면서도 스스로는 그런 줄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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