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입학전형 변경, 고교평준화 후퇴로 귀결되면 곤란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큰 고질 중 하나는 너무 자주 바뀐다는 것입니다.시대변화에 따라 교육 비전과 학생 선발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합니다.그러나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로 말하는 것처럼 본질적 목표가 달라질 수는 없고,정책은 그 접근방식이 장기비전에 부응한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학생선발의 기준과 방법이 지나치게 자주 변하는 것이 교육정책 불신의 주요 원인이 돼 왔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강원도교육청이 지난 2일 ‘2020년 강원도 평준화 지역의 입학전형 요강’을 발표했는데,정책적 선의에도 불구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변경된 입학 전형은 평준화지역 춘천,원주,강릉 신입생 배정방식을 전면 무작위추첨에서 1단계로 정원의 50%를 선지원 후추첨제로하고,2단계로 나머지 50%에 대해 무작위추첨제를 통해 배정하겠다는 것입니다.평준화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통학불편 해소와 학생 선택권을 높이겠다고 합니다.

평준화 시행 이후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입니다.이 방식을 적용하면 희망학교 배정비율이 춘천은 39%에서 67%로,원주는 45%에서 72%로,강릉은 52%에서 75%로 각각 향상될 것이라고 합니다.강제 배정에 따른 불만이 상당부분 해소되고,원거리 등하교에 따른 민원도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존의 평준화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2013년 춘천 원주 강릉에 평준화 정책을 도입한 데는 특정학교 쏠림현상을 막고 학교간 균형 있는 교육여건과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습니다.따라서 지난 7년간 얼마나 학교간 격차가 줄어들고 평준화 도입 취지의 안정화 여부가 정책 변화의 대전제가 돼야합니다.이런 점을 학생과 학부모,지역사회에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이런 확신이 없는 결정이라면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도교육청은 당초 1단계 선지원 후추첨제 비율을 70%까지 검토했으나 학교간 편차를 감안,2~3년간 추이를 지켜본 뒤 다시 정하겠다고 합니다.스스로 학교간 격차를 자인하고 있는 것입니다.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특정학교 편중현상과 학교서열화가 되살아날 수 있다며 우려합니다.평준화와 비평준화의 장점만을 다 취하겠다면 오산입니다.뿔을 고치려다 소를 잡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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