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국회 청문회를 대신해 기자들을 대상으로 ‘장외 간담회’를 가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고위공직자의 자질 검증과 의혹 규명을 위한 인사청문회를 국회가 스스로 걷어차자 조 후보자가 “국민들께서 직접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하실 기회를 마련하는게 장관 후보자의 도리”라며 “의혹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드리고 불찰이 있었던 부분은 사과하겠다”라고 가진 간담회였다.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시작된 기자간담회는 자정을 훌쩍 넘겨 3일 오전 2시를 넘겨 끝났다.4차례의 휴식시간을 빼더라도 장장 500분에 걸친 ‘끝장 간담회’였지만 일정이 매우 급하게 잡히다보니 국회 기자단 내부에서는 “자료요청권도 없고,제출된 자료를 근거로 일문일답식 검증도 불가능한 만큼 후보자를 위한 면피용 자리가 될 수 있다”며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취재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해 진행됐다.

조 후보자가 “시간도 주제도 제한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무제한’ 형식으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100여개에 달하는 질문이 쏟아졌다.예상대로 후보자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와 후보자 딸의 입시 관련 의혹에 질문이 집중됐다.하지만 비슷한 질문들이 계속 이어지자 조 후보자는 “앞서도 몇 차례나 대답했으나”, “10번 이상 같은 대답을 했다”, “앞에서 한 대답으로 대체하겠다”등의 말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대체했고,포털 사이트에서는 ‘근조한국언론’과 ‘한국기자질문수준’이라는 말이 실시간 검색어 1위,2위를 차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리적으로 질문을 준비한 시간이 부족했고 사회자가 언론사별로 질문횟수를 제한했더라도 “처음 질문을 듣고,일하고와서 2시간뒤에 봤는데 똑같은 질문을 해 재방송 보는줄 알았는데 생방송이더군요”라고나 “질문이 무슨 도돌이표도 아니고 계속 한말 또하고,또하고…”라는 댓글은 동종 업계에 근무하는 사람의 가슴을 후벼파는 비수(匕首)였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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