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내일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이 우리나라를 관통한다.그야말로 한반도가 태풍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링링이라는 명칭은 홍콩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애정을 담아 소녀를 부르는 표현이라고 한다.이미 전국에 많은 비를 뿌리고 있고,무엇보다 강풍을 동반한 것이 이번 태풍의 특징으로 꼽힌다.가을장마 뒤끝이라 걱정이지만,그 이름처럼 곱게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상당국은 태풍의 발생에서 소멸까지 전 과정을 예측·추적하고 있다.이전에 비하면 태풍의 강도와 진로를 훨씬 정확하게 예측하고 또 대비한다.그러나 끝까지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이것이 자연이 인간에게 끝까지 내어주지 않는 영역이기도 하다.매년 예상되는 태풍이지만 그때마다 적지 않은 피해를 내는 것도 바로 이런 불가예측성 때문일 것이다.

역대 태풍 중 가을 태풍이 큰 피해를 낸 점도 경각심을 갖게 한다.강원도에도 큰 피해를 낸 2002년의 ‘루사’,2003년 ‘매미’도 모두 2년 연속 9월에 발생한 태풍이다.루사와 매미는 전국적으로 각각 246명과 131명의 인명피해,5조1000억 원과 4조2225억 원의 재산피해를 낸 태풍으로 기록된다.자연 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태풍이 엄청난 피해를 내고 있고 우려를 갖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다.어떤 기상현상이든 거기에는 스스로 자연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기제가 있다는 것이다.눈·비가 내리는 것을 꺼리고 추위와 더위를 탓하곤 하지만 그런 자연의 기복이 질서를 만들어간다고 한다.일 년 열두 달 맑은 날만 이어진다면 세상은 곧 사막으로 변할 것이라고 한다.

태풍은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으며 북상하는데,이 과정에서 오염된 대기를 순환시키고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또 고여 있는 바다를 뒤흔들어 산소를 공급하고 적조와 녹조를 제거한다.1994년 8월 제13호 태풍 ‘더그(Doug)’는 기록적 가뭄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었고,그래서 ‘효자태풍’으로 불렸다.태풍은 태풍일 뿐,결국 그 성격을 규정하는 건 인간의 몫일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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