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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예술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안준형 극단 이륙 대표

데스크 2019년 09월 09일 월요일 10 면
▲ 안준형 극단 이륙 대표
▲ 안준형 극단 이륙 대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적이 있다.무용,클래식,타악,미술,영상 등 각 분야 청년들이 이른바 문화예술 향유가 어려운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프로젝트다.그곳에 작은 산골 예술학교를 열어 각자 맡은 분야를 소개하고 저녁엔 파티와 함께 준비한 공연을 보여준다.아이들에게 예술인이라는 꿈을 심어주고 장차 멋진 예술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이 목표였다.이 기획에는 큰 오류가 있었다.우리나라는 어디에서나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문화예술 콘텐츠를 마음껏 골라보고 즐길 수 있는 시대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아이들은 이미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접하고 있어 프로젝트 기획의도가 무색해졌다.이미 도내에서는 찾아가는 공연 형태의 프로그램이 많고 또 강원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지역마다 각종 축제가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예술은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가슴을 뛰게 만들지 못하는 예술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작품을 통해 유명해지고 싶다는 사람은 봤어도 돈을 벌기 위해 예술을 시작했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세계 어디에서나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로 밥벌이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생전에 그림을 거의 팔지 못해 가난한 인생을 살다가 간 빈센트 반 고흐가 그러하고 따뜻하고 역동적인 작품과는 별개로 억압과 생활고를 겪으며 외롭게 최후를 맞이한 이중섭이 그렇다.이들과 같이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대다수는 그들이 남긴 걸작과 상반된 힘든 인생을 살았다.안타까운 현실은 빈곤과 고난이 아직도 예술하는 사람들의 필수조건처럼 붙어있다는 점이다.왜 예술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고통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까.나아가 예술인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짓밟아 버리는 안일한 기획들로 언제까지 상처받아야 할까.

예술은 숫자로 계측해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얼마나 많은 지역을 찾아가 공연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예술인이 참가하고 관객이 다녀갔는지로 평가하는 것은 예술을 돈벌이 수단이나 장사로 보는 시각이다.특히 이런 기획은 이제 막 시작하는 청년 예술인을 타깃으로,그럴싸한 사업목적이나 위트가 넘치는 사업명으로 포장돼 그들의 재능을 착취한다.보다 많은 지역을 순회해야 하고 보다 많은 작품과 예술인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이유로 인원을 많이 채울수록 지급 공연료가 증액되는 괴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이를 위해 누군가는 정해진 무대와 객석을 갖춘 공연장은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더 많은 공연 횟수를 기록하기 위해 37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야외 버스킹을 감행해야 한다.언제부터 예술이 참여 예술인 숫자로 공연료가 책정되는 인력사무소가 된 걸까.언제부터 문화예술이 누가 더 많이 공연하는지 내기하는 ‘챌린지’가 된 걸까.

하나의 좋은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부모가 아이를 낳고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것과 같다고 배웠다.그만큼 예술이란 것은 창작하는 것도 힘들고 더 나은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부디 예술가의 재능 낭비로 수치와 결과만을 남기는 비극이 멈췄으면 좋겠다.대대로 회자되는 좋은 작품이 지역에서 탄생하고 개발될 수 있는 근원적인 지원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제 2의 이효석,박수근이 없으란 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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