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지은 목민심서(牧民心書)는 공직자의 자세와 처신을 밝힌 교과서다.관리가 부임해서 물러나기까지 전 과정을 부임(赴任),율기(律己),봉공(奉公),애민(愛民),이전(吏典),호전(戶典),예전(禮典),병전(兵典),형전(刑典),공전(工典),진황(賑荒),해관(解官)의 12부로 나눠 기술하고 있다.각 부는 다시 6조로 구성돼 총 72조목으로 짜여 진 공직매뉴얼과 같다.

서문에 해당하는 자서(自序)에 저술의 배경이 잘 드러나 있다.그는 ‘군자의 학문은 수신(修身)이 반이고,목민(牧民)이 반’이라며 배우고 닦아서 백성들을 부양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군자의 도리라고 봤다.그러나 관리들이 오직 거둬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기를 줄 모른다고 통탄하는데,이런 성찰과 문제의식이 목민심서 탄생의 토양이 된 것이다.조선시대에는 지금의 시장 군수에 해당하는 지방관리,외직 문관을 목민관(牧民官)이라 불렀다.지금은 공직자를 폭넓게 통칭하기도 하는데 시간이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은 공직의 역할과 공직자의 자세일 것이다.

강원도의회와 강원도민일보가 1999년 목민봉사대상(제정 당시 자치봉사대상)을 제정한 것도 바로 이 같은 ‘목민’의 의미를 거듭 확인하는 뜻이 있다.지난 21년 동안 모두 105명의 수상자를 냈다.올해도 일반행정(박영구),교육행정(최광순),경찰행정(김시민),소방행정(박학철),대민행정(이수복) 등 5개 분야의 일꾼을 발굴해 지난 6일 시상식을 가졌다.

교육행정 분야의 수상자인 평창교육지원청 최광순 씨는 “15년 동안 아이들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큰 상을 받았다”며 “더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이 평범한 수상소감에 이 상의 취지와 변할 수 없는 공직 정신이 들어있다고 본다.오늘날 공직사회의 많은 문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이 당연한 일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숨은 힘인 것이다.이것이 더 많은 숨은 일꾼들을 발굴하고 격려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