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태풍 지나간 과수농가
추석 출하 목전 낙과 피해 심각
강풍에 차광막 등 시설도 파손
“겨울 어떻게 버티나” 망연자실

▲ 제13호 태풍 링링이 몰고 온 강풍으로  추석을 앞두고 수확할 예정이던 햇과일의 낙과 피해가 속출했다. 8일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 과수농가에서 한 농민이 땅바닥에 떨어진 사과를 줍고 있다.    최유진
▲ 제13호 태풍 링링이 몰고 온 강풍으로 추석을 앞두고 수확할 예정이던 햇과일의 낙과 피해가 속출했다. 8일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 과수농가에서 한 농민이 땅바닥에 떨어진 사과를 줍고 있다. 최유진

“‘매미’,‘루사’ 때도 안 떨어지고 버틴 사과였는데….1년 농사 망쳤습니다.”

역대급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 때문에 추석대목을 앞두고 출하 준비를 하던 강원도내 과수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8일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 한 복숭아 과수원은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산꼭대기에서 내리찍는 강풍에 속수무책으로 부러진 나무와 땅바닥으로 떨어진 복숭아들이 곳곳에 나뒹굴었다.태풍에 대비해 미리 설치해놓은 철제파이프들도 송두리째 뽑히거나 직각으로 꺾여 제기능을 상실했다.

1만6500여㎡(5000평)의 복숭아 과수원을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광재(56)씨는 참담한 현장을 바라보다 “하늘도 무심하다”며 고개를 떨궜다.박 씨는 이번 태풍으로 복숭아 절반이상이 떨어지는 등 9000여㎡에서 피해를 입었다.박 씨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출하를 불과 1주일도 안 남기고 있었는데 이번 겨울은 어떻게 버텨야할지 벌써부터 막막하다”며 암담한 심경을 전했다.

인근 인삼밭도 차광막이 무너지고 찢기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이재현(60)씨는 이번 태풍으로 인삼밭 1만㎡ 중 7000㎡에 설치된 차광막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전날 태풍으로 인해 날아간 차광막이 인삼밭 옆 도로를 점령하면서 한때 교통이 통제되기도 했다.이 씨는 “태풍 ‘볼라벤’ 이후 7년만에 가장 큰 시설 피해를 입었다”며 “차광막을 복구하는데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이 기간에 내년 출하를 앞둔 인삼이 고온피해를 입지나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영동지역 과수농가들도 태풍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삼척시 원덕읍 사곡리 6만6110㎡ 규모의 사과밭은 빨갛게 익어 당장이라도 출하가 가능한 사과가 땅바닥을 뒤덮었다.

이번 낙과피해로 5000만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봤다는 박덕기(64)씨는 “매미,루사에도 버틴 사과들이었는데 농사 20년만에 이렇게 큰 낙과 피해는 처음이다”며 “추석을 앞두고 본격적인 출하를 준비하던 시기여서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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