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이 말은 ‘대학(大學)’에 나온다.직역하면,‘몸을 닦고 집안을 정돈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하게 한다’이다.먼저 수신하고 제가한 후에 치국하고 평천하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그러나 쓰여진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달리 함의가 단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말이 쓰여진 춘추전국시대 상황에서 본다면,수신(修身)이란 ‘통치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고 제가(齊家)란 ‘정치적 동지들이 뜻을 맞추어 가지런히 간다’고 해석할 수 있다.즉 정치적 동지와 한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전열을 정비하지 못하면 치국하고 평천하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원주에 사는 한 지인이 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그는 “봉건제가 무너진 지 백년도 더 지난 5G시대에 살고 있는데,웬 수신제가인가?”라며 “가정 내에서도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인권보장을 강조하는 시대다.부모 잘못은 부모가 책임지고,자식 잘못은 자식이 책임지고,부모자식이 함께 저지른 잘못은 함께 책임지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최근 21세기에 도덕정치,가부장제의 ‘끝판왕’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이제는 부모라도 아이들의 에피소드나 사진을 옮기는 것 조차도 허락없이는 안된다고 했다.그러면서 “자식이 어디 내 맘대로 되던가?”라고 되묻는다.지인의 글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을 둘러싼 논란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그를 향한 비난의 대부분이 바로 수신제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였기 때문이다.지인의 마무리 말은 큰 울림이 됐다.

“장제원 의원은 부디 국회의원에서 사퇴하시지 않기를 바란다.온갖 비난과 강요가 가해져도 끝까지 아들놈은 아들놈이 책임지는 것이 온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나가시라.그 기준을 여당이든 그 누구이든 똑같이 공정하게 들이대시라.그리고 누구든 더이상 가부장제라는 봉건시대 가치관을 민주주의 전당인 국회에서 들먹거리지 말아달라”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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