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반응 자제 속 ‘슈퍼매파’ 퇴장에 “협상 숨통 틔나” 조심스런 기대감
靑 “후임 지켜봐야” 신중론에도…물밑선 “교체시기 의미있어” 목소리도
文대통령, 추석 이후 한반도 평화 아젠다 집중할듯…한미정상 접촉 주목
청와대가 ‘볼턴 변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기조를 상징해 온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북미 협상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의 흐름에 미칠 영향에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청와대에서는 ‘다른 나라 정상의 인사결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개적인 반응은 삼가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번지고 있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9일 담화에서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며 실무협상 의사를 밝힌 직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슈퍼 매파’ 볼턴의 퇴장은 이를 향한 미국의 ‘화답’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볼턴 보좌관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카운터파트였다는 점에서 정 실장의 활동 공간을 더 넓히는 발판이 마련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노이 핵 담판 결렬 후 ‘정의용-볼턴’ 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됐지만, 이번 인선이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후임으로 누가 낙점될지는 더 지켜볼 일”이라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으로 대표되는 리비아식 해법 등 대북 강경론을 고수해 온 볼턴 보좌관을 파트너로 대화할 때보다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점에는 내심 공감대가 이뤄진 듯한 모양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비핵화 대화 ‘촉진자’ 역할 역시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미 회동이 이뤄지고 북미 정상이 실무협상 가동에 공감대를 이루긴 했으나 막상 협상이 지체되면서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 역시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이 발사체를 거듭 쏘아 올리며 도발을 해 온 것 역시 이런 ‘회의론’이 번지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미 서로가 유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조만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성사될 것이라는 예측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다. 이처럼 북미대화가 제 궤도에 오른다면 문 대통령 역시 대화의 성과를 견인하기 위해 보폭을 넓힐 수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연말까지를 ‘대미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만큼, 문 대통령도 올해 남은 기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다시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문 대통령이 그동안의 숨고르기를 멈추고 추석 이후부터는 적극적으로 대북·대미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나온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통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아직 문 대통령이 9월에 열릴 유엔총회에 참석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비롯한 각종 국제 외교무대를 계기로 한미 정상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으리라는 예측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혹은 한미 정상 간 전화 통화를 하고서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 및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 역시 다시금 속도를 낼 수 있다. 앞서 북한은 최근 잇따라 발사체를 쏘아 올리긴 했으나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자제해 왔다. 정 안보실장 주재 NSC 상임위 긴급회의를 열고, 여기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려’를 밝힌 것이 그동안의 대응이었다.

여기에는 북한의 대화 의지 자체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판단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미대화가 본 궤도에 오른다면 이를 바탕으로 남북 간 대화 역시 자연스레 진전될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 전망이 청와대 내에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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