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단 해체 중인 양구 “주말에도 썰렁”…지역경제 침체 도미노 우려
대책 없는 국방개혁 통보에 지자체 공동대응…국방부는 ‘유구무언’

6일 강원 화천군 사내면사무소에서 열린  27사단 해체와 이에 따른 부대 재편 등에 대해 반대하는 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6일 강원 화천군 사내면사무소에서 열린 27사단 해체와 이에 따른 부대 재편 등에 대해 반대하는 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분위기가 싸해요. 주말에도 장병들이 없어요. 문 닫은 가게들도 있고, 이사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와요. 이러다 진짜 춘천시 양구읍 될까 봐 걱정입니다.”

명절이면 외출·외박이나 휴가 나온 장병들로 북적이던 강원 양구군이지만 올해는 2사단 해체가 진행되면서 거리에 보이는 장병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른 병력 감축으로 지역경제 한 축을 지탱하던 장병들이 떠나가면서 상인들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양구를 시작으로 철원, 화천, 인제, 고성 등 도내 접경지 5곳에서 줄어드는 병사 수만 2만5천900명에 달한다.

이에 이들 5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민들의 의견 수렴 없는 일방통행식 국방개혁에 반발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60여년간 안보를 이유로 각종 규제를 떠안으며 어떠한 보상도 없이 희생만을 강요당해왔다는 점과 지역경제 침체가 불 보듯 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일 오후 강원 화천군 27사단 안보교육관에서 국방부 주최로 열린 지역상생발전협의회에서 권영현 15사단장 등 육군 관계자들이 밝게 웃는 반면 최문순 군수 등 화천군 관계자들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화천과 철원을 시작으로 사흘간 양구, 인제, 고성 등 강원 5개 접경지역을 돌며 주민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일 오후 강원 화천군 27사단 안보교육관에서 국방부 주최로 열린 지역상생발전협의회에서 권영현 15사단장 등 육군 관계자들이 밝게 웃는 반면 최문순 군수 등 화천군 관계자들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화천과 철원을 시작으로 사흘간 양구, 인제, 고성 등 강원 5개 접경지역을 돌며 주민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 2개 사단 해체, 1개 사단 이전…지역경제 피해 불가피

도내 접경지역과 강원도 등에 따르면 국방개혁 2.0으로 접경지 9개 사단 중 3개 사단이 사라진다.

이미 해체가 진행 중인 양구 2사단은 올해 말까지 해체되고, 화천 27사단은 2022년까지 해체된다.

철원 6사단은 2024년까지 경기 포천으로 이전한다.

인제 2사단 17연대는 12사단으로 예속되고, 고성 22사단 1개 연대는 동해안에 분산 배치된다.

이렇게 줄어드는 병사는 2만5천900명에 달하지만, 늘어나는 간부는 3천750명에 불과하다.

육군 전체 감축 병사 9만9천명 중 26%가 접경지 병사다.

감축 병사 수를 지자체별로 살펴보면 화천 6천800명, 양구 6천300명, 철원 5천400명, 인제 4천300명, 고성 3천100명이다.

인구가 2만∼4만 명에 불과해 장병 의존도가 높았던 이들 지역으로서는 숙박, 음식, 카페, 피시방 등 지역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해체가 시작된 2사단이 있는 양구지역 상인들은 병력 감축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김일규(57) 양구군위생연합회장은 “생활체육대회 인원이나 공사장 인부들이 없으면 주말에는 아주 썰렁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토요일만 되면 방이 없던 숙박업소는 지금은 남아도는 상황”이라며 “면회객 발길도 끊겨 ‘더는 여기서는 장사하기가 힘들다’, ‘이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육군 2사단 해체 철회 범군민추진위원회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육군 2사단 해체 철회 범군민추진위원회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피해 대책 전무…접경지 “더는 못 참아” 공동대응

최근 접경지 5개 지자체는 국방개혁 2.0 계획에 대해 공동으로 연대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이달 초 국방부의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부대 이전과 해체가 공론화됐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전혀 없어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수년 동안 군부대 재편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지자체로서는 최근 국방부의 통보가 일방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주민설명회도 국방부에서 보안을 이유로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서약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양구군은 설명회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 지자체는 면적 중 상당 부분이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중복규제에 묶여 이렇다 할 개발을 하지 못했고, 각종 소음 피해까지 감수하면서도 군부대와 상생하기 위해 노력해온 만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대 이전에 따른 유휴부지 활용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꼽는다.

유휴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지자체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작고 제도와 예산 등 문제가 산적해 있어 사실상 활용이 쉽지 않은 점을 들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접경지역 문제의 정치 의제화, 위수지역 확대유예, 영농한계선 확대, 관광지 출입절차 간소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버금가는 제도적 지원 마련, 군부대 사업 민간부문 참여 확대, 로컬푸드 확대 등도 대응책으로 제시된다.

이들은 26일 철원군에서 2차 실무회의를 열고 각 지역 현안이 담긴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나가기로 했다.

이 같은 대책 마련 요구 움직임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차원에서 지역주민과 상생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자세한 내용을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무자들이 1∼2년 단위로 바뀌고, 지역주민들 의견까지 수렴해서 추진하기는 어려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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