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Immanuel Kant)가 매일 같은 시간에 공원산책에 나서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이 시계를 볼 필요가 없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매사에 철저하고 절제된 생활을 한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그런데 그에게도 한 여인으로부터 청혼을 받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청혼을 받은 칸트는 습관대로 신중하게 결혼을 할 것인가와 하지 않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결혼하기로 결심하고 그 여인을 찾아갔지만,그가 결혼하려던 여인은 이미 몇 년 전에 결혼하고 아이까지 두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우리는 늘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점심 메뉴를 선택하는 일부터 진학이나 취업,결혼과 이혼 등 일생에 있어 매 순간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많다.선택은 곧 실천이 뒤따른다.물론 선택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실천이 전제되지 않은 선택은 의미가 없다.선택하고 구체적으로 행하는 것이 ‘결단(決斷)’이다.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결단의 순간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순간이 된다.영국 시인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은 “결단력이 없다면 실행할 수 없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결단력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을 거둔다.모든 성공은 이 진리를 토대로 이루어진다”고 했다.그래서 결단에는 용기가 필요하다.희생을 감내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결단의 순간을 맞았을 때 얼마나 숙고하고 준비했는가에 따라 성공한 결단이 되기도 하고 실패한 결단이 되기도 한다.결단하지 못한다는 것은 실천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다는 것에 다름없다.본질적으로 무책임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또한 위대한 결단을 위한 고민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용기없는 이들의 방어심리에 불과한 것이다.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매사에 결단이 없으면,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전해지는 얘기를 근거로 하는 말이지만,칸트는 철저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던 반면에 중요한 시점에 결단하지 못함으로써 독신으로 살아갔는지도 모를 일이다.하지만 결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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