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건 장기 미제 강력사건 중 2건 ‘쪽지문’으로 유력 용의자 특정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DNA 분석기법을 통해 30여년 만에 특정되면서 강원도 내 장기 미제 강력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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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 학습지 여교사 피살 사건 미궁
19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방청 미제사건 전담팀에서 담당해 온 강력 미제 사건은 모두 15건이다.

대부분 2002년부터 2007년 사이 발생한 사건이다.

인제 3건, 춘천·원주·강릉 각 2건, 태백·평창·영월·삼척·양구·동해 각 1건이다.

범죄 피해자는 남·여 각 8명씩 16명이다. 이 중 여성은 20대와 60∼70대가 각 3명이고, 남성은 50대 3명이다.

젊은 여성과 노인 대상 범죄가 주로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은 셈이다.

DNA와 쪽지문 등을 활용한 과학수사가 체계화하지 않았던 시기 초동 수사에 실패하면서 장기 미제로 남았다.

미제사건 전담팀은 13년 전인 2006년 3월 동해시 심곡동 약천마을에서 발생한 ‘20대 학습지 여교사 피살사건’의 증거물인 DNA 분석 결과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른바 ‘우물 속 여인’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 피해자인 김모(당시 24세)씨는 그해 3월 8일 오후 9시 30분께 학습지 가정 방문 교육을 마치고 귀가 중 실종됐다. 김씨는 일주일 뒤 약천마을의 한 우물 안에서 알몸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김씨의 마티즈 승용차 뒷좌석에서 남성으로 추정되는 DNA가 발견됨에 따라 경찰은 2017년부터 재감정을 의뢰하고 대조군을 찾고 있다.

경찰은 이 DNA 분석기법을 통해 언젠가는 유력 용의자가 특정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 2003년 11월 원주 다방 여주인 살인범의 '쪽지문'
▲ 2003년 11월 원주 다방 여주인 살인범의 '쪽지문'
도내 15건의 미제사건 중 2건은 시간이 흘러 DNA와 쪽지문 분석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30여년 만에 특정된 것처럼 용의자의 윤곽을 드러내기도 했다.

2003년 원주 맥심다방 여주인 피살사건과 2005년 강릉 노파 피살사건이 그런 사례였다.

2003년 11월 16일 오후 4시께 원주시 학성동의 한 건물 2층 다방 안에서 여주인 이모(당시 57세)가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지인이 발견했다.

당시 경찰은 면식범이나 원한 관계에 무게를 두고 숨진 이씨 주변 인물을 수사했다.

사건 현장인 다방 테이블 위에 놓인 물컵에 측면 쪽지문이 남아 있었으나 지문을 이루는 곡선인 융선이 뚜렷하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이후 14년이 흐른 2017년 9월 경찰은 물컵에 남은 쪽지문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한 결과 특정인의 지문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쪽지문이 지목한 특정인 추적에 나섰지만 정작 지문의 주인은 범행 다음 날 충북 청주의 한 모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원주 맥심다방 여주인 피살사건은 미제사건 파일에서 삭제됐지만, 유력 용의자의 사망으로 빛이 바랬다.

2005년 5월 13일 정오 강릉시 구정면 덕현리에서 장모(당시 69세)씨가 숨진 채 발견된 강릉 노파 피살사건 역시 ‘1㎝ 쪽지문’ 재감정으로 유력 용의자 정모씨가 특정됐다.

▲ 2005년 5월 강릉 70대 노파 살인사건 범행에 사용된 포장용 테이프
▲ 2005년 5월 강릉 70대 노파 살인사건 범행에 사용된 포장용 테이프
경찰은 숨진 노파의 손과 발을 묶는 데 사용된 포장용 테이프 종이 안쪽에서 찾아낸 쪽지문을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으로 재감정한 끝에 정씨를 강릉 노파 피살사건 피고인으로 2017년 9월 법정에 세웠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정황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일한 증거인 쪽지문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십수 년 만에 해결될 것처럼 보였던 강릉 노파 피살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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