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재 전 TCS 대외협력팀장 (문화플랫폼 청년청담 대표)

▲ 김용재 전 TCS 대외협력팀장 (문화플랫폼 청년청담 대표)
▲ 김용재 전 TCS 대외협력팀장 (문화플랫폼 청년청담 대표)

일본 정부의 한국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아베 총리는 양국간 신뢰 훼손을 반복적으로 거론한 데 이어,개각을 통해 강경 인사를 전진배치하며 장기전 태세를 갖추었다.대법원 징용공 판결, 화해치유재단 해산,일본 초계기 논란 이후 가시화된 갈등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한국의 지소미아(GSOMIA) 종료 의사 통보로 고조되는 형국이다.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민간 차원의 일제 불매 및 여행 자제 운동에 이어서 지자체들은 친선교류 중단 및 지원 축소에 관한 반일 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응 자제 및 대화를 촉구하는 제언도 적지 않지만,어느 한쪽이 양보하는 상황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특정 어젠다로 인해 초래된 상황이라면 모를까,현 상황은 누적된 심리적 저항감이 정치경제적 역학구도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특히 양국 지도자의 인식 또한 타협보다는 새로운 관계 정립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한일관계가 격랑의 시간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대로 양국 국민감정이 악화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특히 지자체까지 나서서 민간교류를 저해하거나 소통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지한파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혹자는 이를 경제적 타격을 극대화하고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여기겠지만,앞뒤 맥락을 충분히 이해할 기회를 얻지 못한 일본인들로서는 한국이 더 이상 일본과 건설적인 관계를 이어갈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간교류와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일본인들이 아베의 대외정책이 가지는 위험성과 문제를 깨닫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지난 1년여의 추이를 보면 양국 국민 모두 일부 매체들의 편파적이고 과장된 보도로 인한 오해와 오인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또한,일본인 다수가 극우화되면서 아베의 논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일반 시민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확장이 절실하다.

총체적 갈등 국면에서 민간교류를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게 나이브한 접근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그렇지만 서로의 입장을 반복해서 마주하면서 그 너머의 공통분모를 모색하려는 노력을 반복할 때 비로소 갈등을 넘어설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최근 양국의 언론과 싱크탱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양국 국민 모두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협력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두 차례의 왜란이 남긴 비분강개의 심정은 조선 후기 문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처절한 응어리에도 불구하고 사행단으로 일본을 방문해서 그들과 소통하고 교류했던 조선통신사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구세복수의 마음은 비워내되,와신상담의 기개를 가지고 소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즉, 일본의 행위들을 망각하지 말되,우리 안에 상대를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마음 또한 쌓아두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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