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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서민, 건축물·자연환경 아우르는 조화의 공간

[이석권 교수의 도시건축기행] 6. 마을의 특성과 정체성이 느껴지는 안동 하회마을
류종혜 이주로 마을역사 시작
주거·정자·별서 서원 구성
주민 모두의 공간 삼신당 등
곳곳 사대부·일반인 조화 요소
계층 초월한 공존 문화 승화

데스크 2019년 09월 21일 토요일 12 면
▲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건축을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이유는 기술과 예술이 행해지는 작업에서 인문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과 ‘10’이라는 숫자가 있을 때 ‘10’이 ‘1’보다 10배 크고, ‘10’은 큰 숫자이고 ‘1’은 작은 숫자이다.그런데 그 옆에 ‘1,000’이라는 숫자가 추가되면 ‘10’이 ‘1’보다 10배 크다는 물리적인 속성은 변하지 않지만,조금 전의 큰 숫자였던 ‘10’이 ‘1,000’이라는 수에 의해서 매우 작은 숫자로 변하게 된다.이때 우리는 변하지 않는 물리적인 속성을 ‘기술’이라고 부르고,변하는 부분을 ‘유행’,또는 ‘패러다임’으로 인식하면서 이를 예술적인 측면으로 이야기한다.따라서 건축물이나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이 지어진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뿐 만아니라 그 도시의 자연환경과 기후까지도 고려한 후 이를 사용하는 거주민들의 습성을 파악해야 한다.

안동 하회마을은 경주의 양동마을과 같이 2010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이 문화유산을 정확히 이해하고,전통으로 계승하기 위해서는 이 마을과 건축물이 만들어졌을 때의 시대적 상황과 건물주의 성향과 위치,그리고 현재의 관점에서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 양진당 사랑채
▲ 양진당 사랑채

안동하회마을은 600년 전에 류종혜가 하회에 들어가면서 시작되었고,건축적·공간적으로 기반을 굳힌 시기는 류종혜의 6손인 겸암 류운용<1539~1601>과 서애 류성용<1542~1607>형제 대에 와서이다. 주요건축양식은 마을 주거지 안에 있는 주거와 정자,주거지 밖에 있는 별서(심신을 수양하기 위해 별장과 같이 경치 좋은 곳에 마련한 온전한 주거건물)와 이들의 제를 지내는 서원을 포함하여 구성된다.

겸암 류운용이 조성한 공간은 주거인 양진당,정자인 빈연정사,그리고 별서인 겸암정사이고,그의 위패가 모셔진 화천서원으로 이어진다.주거,정자,별서 등 당시 성리학자가 추구했던 이 세가지 유형의 건축은 문중장손에 걸맞도록 마을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하고 일직선으로 배치되었다.보물로 지정된 양진당은 99칸의 대저택으로 지어졌으며,대종가답게 남향을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마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별서인 겸암정사는 겸암이 29세에 지었고,빈연정사는 그의 나이 45세에 지었는데 별서와 마주보고 있다.강직하고 위엄있어 보이는 양진당과는 달리 마루4칸,온돌2칸의 소박하고 기능에 충실하게 건축된 이 정자는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 사직하고 벼슬에 나가지 않는 그의 취향이 느껴지는 곳이다.

▲ 연좌루에서 본 부용대
▲ 연좌루에서 본 부용대

3살 아래의 서애 류성용의 공간은 주거인 충효당,정자인 원지정사,별서인 옥연정사이며,그의 위패가 있는 병산서원은 우리나라 건축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 중의 하나로 유명하다.양진당과 마찬가지로 보물로 지정된 충효당은 차선의 입지에 건립되어 서향으로 자리 잡았다.그러나 형보다 적극적이고 영의정까지 지낸 서애의 건물들은 겸암에 비해 높고 규모도 크고 강한 느낌을 준다.맞배지붕의 정사와 팔작지붕의 연좌루가 있는 원지정사는 그가 자주 활용하던 공간으로,대지의 모양까지 반듯한 사각형으로 조성하여 그의 성격과 취향이 가장 잘 느껴지는 곳이다.

하회의 마을은 양반과 서민의 공간이 서로 어울리는 기능적인 측면과,하회의 자연환경과 조화되면서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마을길 체계는 마을을 감싸 도는 강을 생활과 연결하기 위해서 마을 중심부에서 주변 강으로 가능한 가까운 거리의 방사형으로 이어진다.주요건물은 마을 중앙이 높고 주변이 낮은 지형을 활용하여,마을의 중심에서 그 주변으로 위계를 갖고 있으며,집들의 향은 남향이 아닌 사방으로 다양하다.

또한 하회에는 마을 사람 모두의 공간인 삼신당이 있다.마을의 중심에 있는 이 삼신당은 당목인 600년 이상의 느티나무가 있는 곳으로 마을주민 전체의 공간이다.이곳으로 가는 적당히 긴 골목길은 1:1정도의 길폭과 담높이를 갖고 있어 답답하지도,그렇다고 느슨하지도 않은 적당한 긴장감과 편안함의 느낌을 준다.한쪽은 토석담,반대편은 토담으로 되어있어 이 건축재료 또한 사대부와 일반인들을 함께 아우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낙동강 줄기인 하천이 휘어 돌아가서 하회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처럼 자칫 고립되어 편협되고 이기적인 공간으로 조성될 수도 있었지만,이들은 자연환경의 특성을 정체성으로 만들었고,외부인의 왕래가 상대적으로 적은 마을 특성을 주민들 간의 조화로운 공존의 문화로 승화하였다.

이처럼 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전 인류의 문화재가 된 것은 단순히 잘 보전된 건물과 마을의 독특한 정체성 뿐 만 아니라 현재 우리 주거지 문화에서 요구되어지고 있는 공동체감과 공유, 그리고 정겨운 장소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석권 강원대 건축과 교수

△춘천고,강원대 건축공학과 졸업 △한양대 공학 석사,강원대 공학 박사 △대한건축사협회,한국도시설계학회,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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