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평화적 해결”…친이란 예멘 반군, 휴전 제의
이란 혁명수비대 “이란 공격하는 나라가 곧 전쟁터” 위협

14일(현지시간)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으로 군사 충돌 위기까지 치달았던 미국과 이란이 일보 직전에서 멈춰선 분위기다.

이번 공격 직후 이란과 긴밀한 예멘 반군은 무인기 편대를 동원해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이를 무시하고 이튿날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이란은 이를 즉시 부인했으나 미국은 무인기뿐 아니라 크루즈미사일이 이란 남서부에서 날아와 사우디 핵심 석유시설을 공습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테헤란의 한 외교소식통은 21일 연합뉴스에 “예멘 반군이 무인기로 공격했다고 했는데도 미국이 굳이 크루즈 미사일을 거론한 것은 공격 원점으로 지목한 이란 남서부를 미사일로 정밀 타격하려는 명분을 쌓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15일 미국이 이란의 직접 공격이라고 사건의 성격을 규정한 뒤 16∼17일 미국의 군사 대응 가능성이 매우 커졌던 게 사실이다”라며 “현재는 일단 고비를 넘긴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해석했다.

최소 국지전 규모의 충돌 직전까지 바짝 고조했던 미국과 이란의 긴장은 서서히 누그러지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18∼19일 긴급히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았다.

그는 사우디에 도착하기 직전만 해도 “이번 공격은 사우디에 대한 이란의 용납할 수 없는 전쟁행위다”라며 이란의 직접적 군사 도발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19일 UAE에서는 이란의 공격이었다고 거듭 주장하면서도 “평화적인 해결을 바란다”라고 말해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사우디군도 18일 이번 공격에 사용됐다며 무인기와 미사일의 파편을 공개하면서 ‘이란제’라고만 발표한 뒤 이란이 ‘지원한 공격’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또 공격 방향이 예멘 반군이 있는 남쪽이 아니라 ‘북쪽’이라면서 이란을 시사했으나 그 주체가 이란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21일에는 예멘 반군이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면서 사우디의 긍정적인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예상 밖의 선언을 내놨다.

이란과 예멘 반군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하면 이 선언은 이란과 상당 부분 조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인과 관계는 확실하지 않지만 시간 순서로 보면 미국 측의 다소 유화적인 메시지에 이란 측이 어느 정도 화답한 모양새가 됐다.

미국은 즉각적 군사적 보복 대신 테러 자금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이란중앙은행과 국부펀드를 전날 제재 명단에 올렸다.

또 ‘사우디의 요청에 따라’ 방어적 성격의 대공 시스템과 미군을 증강하고 사우디와 UAE에 예정보다 이르게 무기를 인도하는 대안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미국은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뒤 이란에 보복하는 공습을 단행한다고 결정 내리기 직전에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군사 충돌을 비껴간 미국과 이란은 날카로운 설전은 이어갔다.

미 국방부는 이날 트위터에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14일 공격은 이란의 침략이 극적으로 고조된 사건이었다”라고 비판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란의 영토를 누구도 침범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를 침략하는 나라가 곧 전쟁터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적이 제한된 범위로 침략해도 우리의 대응은 제한적이지 않을 것이다”라며 “우리는 침략자가 완전히 붕괴할 때까지 대응을 늦추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6월20일 격추한 미군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파편과 이를 요격한 대공 미사일 시스템 호르다드-3를 다시 한번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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