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춘천국제고음악제 개막]
개막공연 ‘아버지와 아들’ 주제
모차르트·바흐 부자의 곡 연주
포르테피아노 소리 감상 감탄
국립춘천박물관 최적 연주공간

유물이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미지라면 음악은 시대의 생각을 들려주는 소리다.박물관에 모인 사람들은 유물이 아닌 소리로 바로크 시대와 만났다.지난 21일 국립춘천박물관에서 개막한 제22회 춘천국제고음악제는 1998년 춘천리코더페스티벌로 시작해 아시아권에서 가장 오래된 바로크음악축제로 발돋움 한 페스티벌답게 ‘상상 그 이상’이었다.

▲ 춘천국제고음악제 개막공연 ‘아버지와 아들’이 지난 21일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열렸다.
▲ 춘천국제고음악제 개막공연 ‘아버지와 아들’이 지난 21일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열렸다.

하프시코드(쳄발로)와 포르테피아노의 대가인 ‘플로리안 비르작’과 원전악기 전문연주자로 구성된 ‘앙상블 더 뉴바로크 컴퍼니’가 협연한 춘천국제고음악제 개막공연의 주제는 ‘아버지와 아들’이었다.이들은 탄생 300주년을 맞은 레오폴트 모차르트와 아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 아들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의 곡을 연주해 이들의 공통점과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는 지점을 예리하게 잡아냈다.공연곡 전체가 3악장으로 구성된 점도 눈에 띄었다.1악장에서 빠른 템포로 시작해 2악장에서는 서정적인 분위기로 느려졌다가,3악장에서 다시 본래 형태로 돌아가는 구조였다.

첫 곡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하프시코드 콘체르토 제1번 d단조 작품번호 1052’가 시작하자 비장한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비르작이 빠른 테크닉으로 프레이즈를 이어나갔다.하프시코드는 건반악기지만 현을 뜯는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강약 조절이 불가능하다.이 때문에 연주자의 개성이 나타나기 보다는 건조하면서도 음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이어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2대의 바이올린과 베이스를 위한 소나타 3중주’에서는 콘트라베이스의 전신 비올로네의 묵직한 울림이 몰입도를 높여줬다.

1부가 피아노의 전신 하프시코드의 논리적 분석이었다면 2부는 바로 다음 세대 악기이자 춘천에서 첫 선을 보인 포르테피아노의 감정이 더해졌다.현대 피아노의 바로 윗세대 악기인 포르테피아노는 망치로 현을 치는 구조인데 현을 제외한 전체가 나무로 되어있으며 페달은 없다.카를 필리프 바흐의 ‘신포니아 G장조 작품번호 182.1’는 이전 곡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비르작은 강약을 조절해가며 건반을 누르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직접 손으로 지휘도 하며 현악기를 이끌었다.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포르테피아노를 위한 콘체르토 12번 A메이저 작품번호 414’에서는 모차르트 시대 당시의 본연의 음색이 어땠는지를 추측할 수 있었다.

국립춘천박물관이 가진 공간적 혜택도 있었다.홀의 좁은 원통형 구조는 울림을 중앙으로 모아주면서 실내악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었다.높이를 살리고 관객들이 서로 마주 볼 수 있어 개방감도 있었다.유물 전시공간이어서 고음악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뤘다는 평이 관객들 사이에서 나왔다.

김재연 예술감독은 “새로운 악기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어디인지 소개하고 싶었다”면서 “음악,미술,문학,극이 함께했던 바로크 시대가 우리 시대 예술도 참고삼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다양한 예술분야의 융합을 강조했다.

취미로 하프시코드를 연주하고 있다는 관객 김연경(21) 씨는 “하프시코드 연주를 들을 기회가 흔치 않은데 가까이서 바로크음악을 볼 수 있고,모차르트 작곡 당시의 원곡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한편 춘천국제고음악제,춘천시,국립춘천박물관이 주최하고 강원도민일보사 등이 후원하는 이번 음악제는 28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과 봄내극장 일원에서 무료로 열린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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