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대 연령층 다채
소감발표에서 토론까지 진행
철학 지향 인문학 모임도 속속
제도적 지원 시도 꾸준

▲ 매주 금요일 저녁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금독모’.
▲ 매주 금요일 저녁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금독모’.


▲ 4주에 한 번씩 한 권의 책을 주제로 모이는 독서모임 ‘헤아림’.
▲ 4주에 한 번씩 한 권의 책을 주제로 모이는 독서모임 ‘헤아림’.


■ 소설읽는 이유부터 철학적 대화까지

춘천의 독서모임 ‘금독모’의 규칙은 단순하다.매주 금요일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골라 읽은 후 소감을 발표하면 된다.15명 가량의 회원 연령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직업도 천차만별이다.회원들은 서로 ‘∼님’ 호칭을 붙인다.나이에서 오는 권위를 없애고 보다 자유로운 토론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최근 모임은 회장 김지원(23)씨의 화천 출신 김영하 작가 출판기념회 소감으로 시작,주제가 자연스럽게 ‘소설을 읽는 이유’로 빠졌다.김 씨는 “소설 속 자세한 묘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운을 뗐고,수목원에서 근무하는 권순식(39) 씨는 “영화를 왜 보는가에 대한 질문과 비슷하다.다른 사람 이야기에서 내 삶을 보고 공감과 위안을 얻는다”고 이어갔다.4주 연속 불참하면 더이상 함께하지 못한다는 강제(?)규정도 뒀다.공무원 학원을 운영하는 김민경(60) 씨는 “인생 2막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지식 뿐 아니라 활기찬 생명력을 얻어간다”고 했다.

4주에 한 번 모이는 ‘헤아림’은 공통도서를 미리 정하는 방식이다.최근 ‘픽’한 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책으로도 화제가 된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회원들은 한 줄 감상평 등으로 ‘90년대생’으로 정의된 세대에 대한 얘기를 풀어냈다.회장 송재용(33)씨는 “90년대생은 직설적이라는데 공감했고,낀 세대의 입장도 다시 정리해보게 됐다”고 했다.‘고급진 잔소리’라는 책을 낸 최돈진(35) 씨는 “세대차이가 없으면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기성세대의 적응력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세대차이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책을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와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오히려 속 깊은 이야기들을 마음껏 터놓는 장이 된다.김용섭(23)씨는 “술자리로 여가를 보내는 또래들이 많은데 그보다 훨씬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기분이 든다.하고 싶은 말을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책의 장르를 세분화,철학독서를 지향하는 인문학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춘천의 철학실천센터 필리아는 비영리 임의단체로 등록,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다.강원대 철학과 박사를 수료한 강경희·황정희 대표가 지난 4월 공동으로 만들어 ‘철학적 대화’를 희망하는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뒀다.최근에는 마사 누스바움·솔 레브모어의 ‘지혜롭게 나이든다는 것’을 교재로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철학적 대화나누기’를 진행중이다.하나의 책으로 10회 차 모임을 진행,일반 모임보다 더욱 깊고 긴 호흡의 토론이나 대화가 가능하다.

▲ 지난 21일 강릉 고래서점에서 열린 독서동아리 지원사업 워크숍 모습.
▲ 지난 21일 강릉 고래서점에서 열린 독서동아리 지원사업 워크숍 모습.

▲ 철학실천센터 필리아
▲ 철학실천센터 필리아


■ 책이 던지는 질문,함께하는 답

지난 21일 강릉 고래서점에서는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워크숍이 열렸다.도내 독서모임 대표와 회원들이 모인 자리다.문화체육관광부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상·하반기로 나눠 2번 진행하는데 상반기 원주에 이어 이날 강릉에서 진행됐다.일반 독서토론이 아니라 각자 다른 지역에서 다른 방식으로 독서모임을 가져 온 사람들이 독서토론 기법을 배우는 세미나 자리에 가깝다.이 사업의 지원을 받는 도내 독서동아리는 13개팀.원주와 동해,삼척 등에서 온 모임 대표와 회원들이 저마다의 모임 방식과 운영 방법 등을 공유했다.특히 비경쟁 독서토론과 모둠별 책 퍼즐맞추기 등 책을 통해 생각의 범주를 다양하게 넓힐 수 있는 방식들이 소개됐다.

비경쟁 독서토론은 사전에 책을 읽고 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읽고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이름 모를 책의 오려진 페이지를 함께 읽으며 이어붙이는 워밍업 토론.페이지 다음 내용을 추측하는데 머리를 맞대며 텍스트 자체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나의 페이지를 온전히 곱씹고 이해하는 과정이 반복됐다.팀별 토론 텍스트는 동화 ‘나의 사직동’.팀별로 만든 질문 3가지를 서로에게 던지며 문답형식으로 토론을 확장했다.원주 독서모임 ‘우리길’을 운영하는 이동일(54) 대표는 “색다른 토론 방법을 배우고 다른 모임의 운영방식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어린이 대상 독서통장이 성인들 사이에서 ‘독서계좌’로 진화,스스로 독서 동기를 강제하는 이들도 생겨났다.정기 회비가 있는 유료모임으로 체계화되거나,단순 독서를 넘어 인문학 공부로 나아가며 모임의 밀도 역시 강해지는 추세다.

이같은 활동을 뒷받침 하기 위한 동네서점 지원 조례가 도의회에 발의되는 등 제도적 지원을 위한 시도도 꾸준하다.

강경희 철학실천센터 필리아 대표는 “책을 통해 보다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고민을 나누고 우리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진형·이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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