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의 로컬푸드 이야기] 6. 감자옹심이 메밀칼국수
특산물 감자로 만든 향토음식
정선·영월 등지서 시작돼 전파
소박한 재료지만 영양가 우수
감자떡·메밀전과 환상의 궁합

▲ 강원도의 향토음식인 감자옹심이 메밀칼국수와 감자떡.
▲ 강원도의 향토음식인 감자옹심이 메밀칼국수와 감자떡.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왠지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게 하는 것이 이제는 완연한 가을임을 느끼게 한다.무디어진 일상의 답답함을 벗어나 다양한 볼거리와 산지에서 즐기는 아기자기한 먹거리들이 풍성한 여행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오늘은 다소 움츠려진 삶에 여유와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순수한 맛의 감자옹심이메밀칼국수로 여행의 즐거움을 더했다.

감자옹심이는 감자를 갈아 자루에 넣고 여러 번에 걸쳐 물을 갈아 특유의 아린 맛을 없애고 거른 건더기와 녹말전분으로 분리하여 가라않은 앙금(전분)을 소금 간하여 반죽해 먹기 좋은 새알 크기로 동그랗게 빚어낸 것이 특징이다.또한,강원도 정선군,영월군 등지에서 시작된 요리이나 지금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웰빙음식으로 소탈한 매력을 뽐내며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고,옹심이는 응시미로 쓰기도 하는데,새알심의 강원도 사투리(방언)이다.

감자옹심이의 유래는 한국의 어려웠던 시절을 담고 있다.강원도는 옛날부터 쌀이 귀해서 구황작물로 강원도에서 많이 수확되는 감자를 이용해 ‘감자옹심이’를 만들었으며 여기에 어머니의 정성어린 손길이 더해져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먹던 음식이었다.늦여름에 수확해 저장고에 담아두었던 감자는 9월에서 10월이 햇감자의 단맛과 파근함이 입 안 가득이 그 맛의 절정을 느낄 수 있고 으스스 춥고 노곤한 듯 밥맛이 없을 때 김치와 깍두기만 있어도 되는 소박하지만 영양학적으로도 휼륭한 한 끼 음식이 바로 감자옹심이이다.

해발 600m 이상의 고랭지인데다 일교차가 커 감자 재배지로 안성맞춤인 강원도 대관령 고랭지에서 생산되는 감자가 신선한 재료가 되어 그 맛을 결정하고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은 ‘강릉 감자옹심이’를 중심으로 여기에 밀가루 또는 메밀로 만든 칼국수도 넣고,보통 찹쌀가루나 쌀가루를 넣어 만든 국물이 아닌 감자 자체를 넣어 푹 끓인 육수와 다양한 식재료가 조화를 이루면서 시원하고 그윽한 깊은 맛을 알리며 강원도의 힘을 나타내고 있다.

감자옹심이의 주원료가 되는 감자는 비타민 C가 풍부한데 철과 결합하여 장에서 흡수를 도와빈혈을 방지하는 효과가 매우 크고,꾸준히 먹을 경우 노인성 치매를 예방하는 장수의 비결이 된다.그리고 체력을 회복시켜 자연 치유력을 활성화 시키는 역할로 항암에 좋은 효능을 보이고,많이 함유되어 있는 칼륨과 식이섬유가 소화기관속의 나트륨 배설과 흡수방지에 탁월하다.또한,지방이나 당질의 흡수를 저해해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낮추고 장내 세균 중 유익한 균을 증식시켜서 변비를 개선하는 등의 기능이 있어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밖에 감자에는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생육기의 어린이들의 뼈의 발육은 물론 골격과 체력을 강하게 하며 중년 성인들에 문제되고 있는 골다공증 등에 큰 효과를 줄 수 있다. 감자의 알칼리 성분은 사과(3.4)의 2배에 가까운 6.7에 이르고 포도보다 높아 농산물중 최고의 알칼리성 저칼로리 다이어트 건강식품으로 미래학자들은 감자를 인류의 주식 중 유일한 알칼리 식품으로 손꼽으며, 미래의 건강한 식량으로 주목하고 있다.

감자옹심이를 찾아 떠난 발걸음위에 어느 덧 한 상 잘 차려진 밥상.툭툭 끊어지는 투박한 면발과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감자를 갈아 정성껏 반죽하여 빚은 옹심이.여기에 감자전분즙이 녹아들어서 걸쭉하고도 찐득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육수가 더해진 감자옹심이 메밀칼국수는 먹는 즐거움이 더하다.처음엔 넓적하고 두둘두둘한 면발의 부들부들함에 눈이 가고,호로록 입에 넣었을 때 투박하고 풍성한 질감이 느껴진다.이에 질세라 투명하고 쫀득한 옹심이를 한 술 떠 넣은 입안에서는 조금은 거친 듯 쫀득하고 서걱서걱한 식감의 옹심이가 마치 새하얀 눈밭에 살포시 첫 발을 내디딘 수북함과 이내 힘껏 내디딘 발걸음에 느껴져 오는 뽀득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밑반찬으로 나오는 큼지막한 깍두기와 배추김치, 또는 먹음직스럽게 파릇파릇 무쳐진 열무와 군침 도는 붉은빛의 자태로 비벼진무생채와 함께 먹으면 몸 안에 쌓여진 찌끼를 단번에 쓸어내리는 국물의 깊고 시원한 맛이 그 매력을 한껏 뽐내며 한 그릇을 금세 비웠다. 이 밖에 투명한 속에 흰팥이 아닌 빨간 팥으로 속을 채워 번들하게 참기름을 바른 감자떡은 살짝 푸석하고 거친 식감이 감자의 흐물거림과 잘 어울린다.또한,윤기 좌르르 흐르도록 한껏 치장한 들기름에 지글지글 부쳐진 메밀전은 감자옹심이 메밀칼국수와 환상의 조화를 이루며 입 안 가득 구수하고, 소박한 풍미를 안겨주며, 한껏 식욕을 북돋우어 주는 일등공신이다.

소박한 한상에 동글동글 감자옹심이를 먹고 나니 분주한 일상에 잠시 잊고 살았던 삶의 여유가 되살아나고 우리네 인생도 둥글둥글하게 살아야지 하며 든든한 한 끼에 마음까지 풍성함을 느낀다.오늘,뜨끈한 국물과 투박하지만 깊은,입 안에 넣고 씹으면 쫄깃하면서도 서걱서걱 묘한 아삭거림이 있는 옹심이가 주는 독특한 매력에 한번 빠져보자.

최윤희 교수

△한림성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한국식품영양과학회 정회원△전 한림대 한국영양연구소 연구원△전 한림대 기후변화연구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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