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톡톡 스토리] 50.정선 엉성
서울서 대학 졸업 후 작가 활동
탄광촌 문화 기록하려 고향 정착
빈 집 미술관으로 조성 도시재생
지역 아트프로그램 연계 체험공간
“역사·문화예술 소중함 전달 중점”

▲ 엉성에서는 놀이를 통해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퍼포먼스 아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엉성에서는 놀이를 통해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퍼포먼스 아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폐광지 출신 젊은 작가가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이 일상에서 쉽게 그림을 접하며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창업기업으로 출발했다.올해 4월 문을 연 정선 엉성(대표 진주영·사진)은 로컬 예술가의 작업실을 개방하고 지역 아트프로그램과 연계해 창작품을 제작하고 교류하는 창업기업이다.동양 최대의 민영 탄광지역인 정선의 특색을 살려 아트체험을 즐기고 공연·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이다.사라져가는 오래된 것들의 자연스러움과 사람의 손에 의해 탄생하는 투박하고 엉성한 것들의 미를 추구하며 정선에서 나고 자란 진주영(27) 대표는 본인의 작업실이자 손님들의 체험실인 이곳을 ‘엉성’이라고 이름붙였다.성공과 경쟁을 추구하는 현실과는 달리 엉성에서만큼은 모두가 엉성해도 괜찮다고 ‘엉성한 사람들의 놀이터’를 자처하며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엉성에서는 폐광지 역사가 반영된 독특한 페인팅 공연 및 체험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제도화된 틀 속의 미술교육이 아닌,놀이를 통해 온몸으로 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퍼포먼스 아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연탄을 재료로 한 그림 수업과 ‘빛의 도시’로 조성중인 정선 사북지역에 걸맞은 빛을 이용한 드로잉 공연은 폐광지 특색을 살려 참가자들에게 호응이 높다.진 대표의 작업실을 개방해 이 공간에서 체험과 수업이 이뤄지고 프로그램 참가비가 주요 수익 창출 수단이다.향후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협업해 아트행사를 진행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정체성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갈 계획이다.또 올해 안에 민둥산역 근처 작업실 옆에 카페를 오픈,라이브페인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대학 졸업 후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 온 진 대표의 깨달음에서 엉성이 출발했다.열심히 베란다 창문을 닦던 그의 어머니가 “석탄가루들이 아직도 날려서 닦아줘야 돼”라고 한 말을 들은 순간,진 대표의 마음에는 폭풍이 일었다.시커멓게 묻어나오는 석탄 가루들이 수십년간 집집마다 창문을 두드렸지만 현대화라는 예기치 못한 이질적 존재들에 의해 의식하지 못한 채 폐광지 문화가 사라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그 이후 탄광의 흔적과 탄광촌의 일상을 기록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마침내 정선에 다시 정착했다.

철거 예정이었던 허물어진 빈 집을 이용해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키고 작품 전시를 하면서 도시 재생에 대해 고민하던 중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나 여러 지원을 받았다.센터를 매개로 만난 로컬크리에이터와 교류하며 많은 용기와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엉성의 목표는 정선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이곳이 단순히 카지노만 있는 동네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미술갤러리나 화방,작업실 등이 창작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교류의 장으로 역할하고 예술을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바람으로 창업을 결심했다.진주영 대표는 엉성을 기반으로 지역의 성격과 특색에 맞는 도시재생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낯설고 오래된 이미지를 현대의 가치관에 끼워맞춰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가치를 두자는 고민이다.진 대표는 “빈집 프로젝트로 작업실과 미술관을 마련하며 주민들의 애정으로 다시 세워지는 보존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앞으로 폐광지의 역사와 문화,체험하는 예술의 소중함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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