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택가는 어디를 가나 담이 높다.집안이 들여다보일세라 사람 키를 훌쩍 넘어 지붕과 담이 맞닿을 것만 같다.이는 사생활 침해가 싫기도 하거니와 도둑의 침입을 막고자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높은 담은 오히려 도둑들의 표적이 된다.담이 철옹성 같을수록 그 너머에 많은 돈과 값비싼 물건들이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준다.또한 일단 담을 넘기만 하면 몸을 숨기기 쉽고,집이 비어있다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도둑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이다.담이 높다고 하여 도둑이 못 넘는 것이 아니다.그들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침입할 수 있다.

하지만 담이 낮아 밖에서도 집의 출입구가 보이는 경우 범인들의 침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겠지만,그들이 몸을 숨기기는 쉽지 않다.또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라는 심리적 압박감이 범죄를 억제하게 된다.실제로도 CCTV가 범죄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과 같은 원리다.낮은 담은 기계가 아닌 주변 이웃들의 눈이 우리 집을 감시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셉테드라는 범죄예방 기법의 ‘자연적 감시’라는 원리와 이어진다.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기법인 셉테드는 건축물이나 시설물 등의 설계시 가시권을 최대로 확보,범죄행위 발각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그리하여 주택의 경우 담장을 설치하지 않거나 담장이 있어도 높이가 1m 내외로 경계만 표시할 뿐 오픈된 공간에서 주택의 출입구가 보이는 구조를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낮은 담은 범죄 예방의 효과도 있지만,이미 범죄가 발생했을 때 이를 멈추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범죄현장의 목격을 쉽게 해주고,그에 따른 제반 조치들이 이뤄질 수 있게 한다.

담을 낮추어야 한다.밖에서 보이는 것이 어색하고 때로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각종 범죄로부터 안전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이가 우리 집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주변 이웃들의 눈이 우리 집을 지켜 줄 것이다.

박은희·강릉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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