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항교 전 오죽헌시립박물관장·문학박사

▲ 정항교 전 오죽헌시립박물관장·문학박사
▲ 정항교 전 오죽헌시립박물관장·문학박사

“어버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미워하지 않고,어버이를 존경하는 사람은 남에게 오만하지 않는다.효도하는 마음은 백행의 근본이요,만가지 가르침의 근원”이라 했다.효경에 나오는 말이다.가치관이 전도되어 이미 백약이 소용없어진 혼란한 세태에 효는 어쩌면 마지막 남은 치료약일지 모른다.

나라를 바로잡고,민생을 편안하게 함이 정치의 구실이라면 바른 질서와 밝은사회 조성은 가정을 거느린 부모들 책무다.이를 위해 우리조상들은 어릴 때부터 삼강오륜을 귀에 못이 박히듯 가르쳤고,군신유의 보다 부자유친을 강조한 나머지 치국평천하 보다 집안의 거느림을 먼저 따졌다.효를 바탕으로 삼지 않고는 제 몸은커녕 집안조차 거느릴 수 없다는 외침이었으니 오늘날 금수와 어울려 살고 있는 인간이란 존재에게 던져주는 마지막 교훈이다.

우리는 그간 효를 너무 홀대해 왔다.새마을정신의 기치아래 효가 빠진 국민교육헌장을 얼음에 박밀듯 읽었고,산업사회로 치달으면서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친 우리의 효다.심지어 최근에는 거추장스럽다며 효를 청소년 인성교육 덕목에서 빼버리자는 얼빠진 국회의원도 있었다.오늘날 사회규범이 무너진 것도,예의범절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도,어른들이 뒷전으로 미룬 효탓이다.

조선 오백년을 누린 효의 근간을 위정자는 내팽개치고,교육자마저 짓밟아 버리는 바람에 겨우 뛰는 효의 맥박이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이러한 효 사상을 살리려 애쓰던 ‘백교효문화선양회’ 권혁승 이사장이 강원도 최초 효 선양단체를 사단법인으로 등록시켰다.그는 10년전 사친문학(思親文學)을 창간하고 ‘백교효문학상’을 제정,효 문화선양에 힘쓰다 사모정(思母亭)을 건립해 강릉시에 헌정했다.뿐만아니라 효사상 세계화를 위해 ‘세상의 빛 어머니 사랑’이라는 책을 우리글과 영문판으로 만들어 국내외 대학은 물론 세계 65개국 130여개 도서관에 보내 열람토록 했다.

지난해엔 동계올림픽 성화가 국내 최초로 이름 붙여진 어머니 길을 따라 사모정까지 찾아와 한국의 효 문화를 세계에 알렸다.이같은 열정은 고향 동구 밖 핸다리를 오가며 자신을 보듬어준 어머니를 사모하던 한 분의 집념이 일궈낸 효의 고장 강릉의 경사였다.

일찍이 학문을 숭상하던 고장 강릉은 ‘문향(文鄕)’이라는 매김말을 낳았고,글 읽은 이들이 실천한 열매는 효행의 고을 ‘예향(禮鄕)’이라는 아름다운 관형어를 낳았다.고려시대 안축은 강릉 고을 예의는 삼한에서 으뜸이라 했고,정철도 ‘관동별곡’을 통해 대도호부 강릉 효 자랑을 국문학사에 남겼다.600여년 전에는 영해이씨 4형제가 함께 효자 정려를 받았고,500여년 전에는 젊은이들이 경로잔치를 베풀었다.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라 자랑하지 않을 수 없고,효를 생활 속에 실천한 소중한 물림상이라 내세우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단어가 있지만 ‘효행’만큼 친숙하고 다정한 낱말도 없다.율곡과 사임당도 뛰어난 효행이 알려지면서 포근하고 친숙한 인물이 되었고,세계 화폐 역사상 최초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화폐인물이 된 것이다.

‘백교(白橋)’는 오죽헌 뒷들 ‘핸다리’라는 다리 이름이다.아마 백교 권 이사장이 그 속에서 태어나 놀던 때가 그리워 호를 삼은 것으로 보인다.사단법인 등록을 계기로 효문화선양회는 전국으로 보폭을 넓힐 것이고,효 선양사업도 더욱 다양해 질 것으로 본다.효의 고장 예향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아름다운 행실을 대물림 하도록 디딤돌을 마련한 백교효문화선양회 권혁승 이사장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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