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1848년 채택된 연방헌법에 따라 직접 민주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스위스 연방헌법은 18개월 이내에 유권자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누구나 헌법 개정안을 신청할 수 있다.의회가 통과시킨 법률에 대해서도 100일 이내에 유권자 5만명 이상이 서명한 명단을 제출하면 그 법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다.주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문이 열려있는 것이다.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 풀뿌리는 ‘란트슈게마인데(Landsgemeinde)’라는 주민총회다.참정권을 가진 주민이 매년 한 번씩 모여 주법을 표결하거나 주지사와 주정부의 각료 등을 선출한다.그러나 비밀선거의 원칙이 지켜질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지금은 두 개 주에서만 시행되고 있다.그럼에도 이 제도는 여전히 직접 민주주의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지만,‘20% 지방자치’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여전히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지방재정도 열악하기 그지 없다.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선거와 복잡해진 의사결정 과정도 자치제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여기에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의 부정적 행태로 여론도 좋지 않다.

춘천시는 도내 처음으로 모두 8개 읍·면·동에서 ‘주민총회’를 개최했다.각 지역 주민자치회에서 마을정책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주민총회를 통해 토론하고 투표로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필자가 찾은 주민총회 현장은 그동안 일방적 설명에 그쳤던 문화로 인해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참석 주민들은 진지하게 제안된 사업설명을 듣고 의견을 개진했다.

스위스 프리부르그대 아이헨베르거 교수는 “낮은 수준에서부터 혁신제도를 도입해 주민들이 유용성을 깨닫고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도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이번 주민총회가 비록 세련되지는 못했지만,무엇보다 직접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춘천시의 실험,‘주민총회’가 뿌리내리길 소망한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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