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은 ‘북극성-1형’보다 길이와 직경이 모두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SLBM은 전날 오전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발사됐고, 최대 비행고도는 910여㎞, 비행거리는 약 450㎞로 탐지됐다. 한미 군 당국은 북극성 계열의 SLBM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고, 실제 북한은 이날 북극성-3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 북극성-1형 첫 발사 후 3년 5개월 만에 새로운 형태 SLBM 개발

북한이 이날 노동신문 등의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북극성-3형과 2016년 4월 23일 처음 발사했을 당시의 북극성-1형과 비교하면 길이와 직경이 모두 커졌다. 북극성-1형은 길이 7m가량이지만, 북극성-3형은 10m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북극성-1형은 길이 7.35m, 직경 1.1m 정도였으나, 북극성-3형은 길이 10m 이상, 직경 1.4m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1세기 군사연구소 류성엽 전문연구위원은 “직경이 굵어졌고, 과거 북극성-1형보다 신형 SLBM에서 보이는 형상들에 가깝게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16년 4월 23일 함남 신포 동북방 해상에서 북극성-1형(한미 KN-11 명명)을 첫 시험 발사했으나 30㎞가량을 비행해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후 같은 해 7월과 8월에 잇따라 시험 발사했는데 8월 발사 때 500㎞를 비행했다.

결국 북한은 첫 발사 이후 3년 5개월 만에 새로운 형상의 북극성-3형을 개발했고, 첫 시험 발사에서 고도 910여㎞, 비행거리 450㎞를 기록한 것이다. 북극성-1형의 지상 버전인 북극성-2형 시험 발사 성공 기술 등을 바탕으로 SLBM 분야에서 비약적인 능력 향상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이번 발사에 대해 “새형(신형)의 잠수함 탄도탄 북극성 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면서 “시험발사를 통해 새로 설계된 탄도탄의 핵심 전술·기술적 지표들이 과학기술적으로 확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군사 전문가들은 북극성-1형의 동체 하단부에 달렸던 그리드핀(Grid Fin·격자형 날개)이 북극성-3형에는 없어 비행 안정성이 향상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드핀은 미사일이 점화되어 상승할 때 발생하는 엔진 진동과 음속을 넘는 속도로 비행하면서 발생하는 동체 진동을 극복하기 위해 동체 하단부에 장착한다. 그리드핀을 붙이면 공기 저항으로 추력을 떨어뜨리는 단점도 있다.

신종우 위원은 “SLBM이 상승할 때 중심을 잡아주는 그리드핀이 없어져 기술 수준이 향상된 것 같다”면서 “북극성-3형은 새로운 설계와 디자인의 SLBM”이라고 분석했다.

북극성-3형은 수중에서 수면 위 10m가량 치솟은 뒤 점화됐고, 점화된 후에는 불기둥 사이로 하단 보호 덮개가 분리되는 모습도 공개됐다. 특히 북극성 계열 탄도미사일에서 식별되는 고체엔진 노즐 핀도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나타났다.



◇ 북극성-3형, 외형 중국제 SLBM ‘JL-2’와 닮아

북한이 시험 발사한 북극성-3형의 외형은 중국의 SLBM인 ‘쥐랑-2(巨浪·JL-2)’와 유사했다. 미국 SLBM인 ‘트라이던트 2D-5’와도 닮아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JL-2와 더 닮았다고 주장한다.

JL-2는 길이 13m, 직경 2m로 사거리는 7천~8천㎞에 이른다. 중국은 지난 1일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에서 JL-2를 공개했다.

북극성-1형은 탄두부가 뾰족한 모양이었으나 북극성-3형은 둥근 형태로 제작됐다. 트라이던트나 JL-2 모두 탄두부가 둥근 모양이다. 러시아 SLBM ‘불라바’는 원통형이다.

류성엽 위원은 “북극성-3형 동체가 완만한 곡선 형태로 바뀐 것은 수중에서 저항을 적게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8월 23일 김정은 당시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시찰 때 벽에 붙어 있는 북극성-3형의 도면을 보면 발사관 속에 탄두부가 뾰족한 형태로 보이지만, 이번 발사 장면을 보면 그 도면과도 다른 형태로 개발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극성-3형의 외형을 JL-2와 닮은꼴로 개발한 것은 다탄두 SLBM을 개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JL-2는 3~8개의 다탄두 탑재형 SLBM이다.

신종우 위원은 “북한의 SLBM 개발 과정은 중국의 ‘쥐랑’ SLBM과 유사하다”며 “1개 탄두였던 북극성-1형과 달리 다탄두 탑재 SLBM으로 계속 개발하겠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 수중발사대서 북극성-3형 발사…3천t급 새 잠수함 ‘미완성’

군 당국은 북한은 이번에 수중발사대를 이용해 북극성-3형을 발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중발사대가 장착된 바지선을 해상으로 끌어가 물속으로 넣은 후 이를 발사했다는 것이다. 이 바지선은 수중에 잠겼다가 발사 후 수면 위로 올라오도록 제작됐다.

군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어제 북극성-3형을 발사하기 전부터 바지선을 이용해 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북한 매체들이 오늘 발사 장면을 공개할 때 해상에 떠 있는 선박은 이 바지선을 견인하는 선박”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 7월 공개한 3천t급 잠수함은 아직 건조 단계까지 이르지 못한 미완성 수준으로 보인다”면서 “설사 진수 단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거리 2천㎞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7월 공개한 잠수함은 발사관 3개를 탑재한 형태로 제작됐다. 잠수함이 수중에서 SLBM을 발사할 때 선체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 기술은 굉장히 고난도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앞으로 진행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요 고비에 이 잠수함 진수 장면을 전격 공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정보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진수에 이어 실제 수중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것이 SLBM 개발의 최종 단계로 평가된다.



◇ 북극성-3형 촬영 지구사진 공개…“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는 전략적 메시지”

북극성-3형은 현재 사거리 2천㎞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북한은 이 SLBM의 사거리를 최소 3천㎞ 이상으로 늘리는 성능 보완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원산에서 하와이는 7천여㎞, 알래스카는 5천여㎞, 미국 서부 연안은 8천여㎞이기 때문에 3천t 잠수함이 기동해 태평양까지 진출해 미국 본토를 타격하려면 사거리를 3천㎞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북한이 이날 관영매체를 통해 대기권 밖에서 지구 모습을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도 전 세계 어디로든 SLBM을 날려 보낼 수 있다는 전략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사진은 북극성-3형에 장착된 카메라로 찍어 지상으로 전송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북극성-3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소형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SLBM 등을 핵심으로 하는 핵무기 체계를 사실상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천t급 잠수함을 진수해 운용하면 은밀히 기동해 태평양 괌, 주일미군, 미국 본토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SLBM은 공격 목표까지 은밀히 기동해 접근한 뒤 발사할 수 있어 대표적인 전략무기로 꼽힌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등에서 작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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