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출신 허은실 작가 신간
딸과의 제주 생활 일기 담아
독자에게 마음의 치유 선물

“엄마,꽃처럼 있어봐”

▲ 책 ‘내일 쓰는 일기’ 표지.
▲ 책 ‘내일 쓰는 일기’ 표지.

홍천 출신의 유명 라디오 작가가 8살 딸과 무작정 제주도로 떠났다.딱 1년쯤 버티다보니 시처럼 쓴 일기가 책으로 나왔다.허은실 작가의 산문집 ‘내일 쓰는 일기’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자기 상처를 어루만진다.제주에 정착한 작가는 일기로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고 타인의 상처도 함께 보듬는다.그러면서 읽는 사람 역시 조금씩 마음의 치유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산문집이지만 이 책을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허 작가의 딸 ‘나린’이다.“내가 나로 사는 것도 쉽지 않네”,“엄마,꽃처럼 있어봐”,“엄마 고마워 내 얘기 잘 들어줘서” 어린 아이가 하는 말이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메인다.아이가 한 마디씩 툭툭 내뱉을 때 어머니로서의 작가는 무너지기도 하고,놀라움도 함께 겪으며 성장한다.부모가 된다는 가장 평범해 보이는 일이 가장 위대한 일이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가 녹아들어 있다.아이에게 전하는 ‘사랑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말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 책 ‘내일 쓰는 일기’에 수록된 허은실 작가 주변 일상의 모습들.
▲ 책 ‘내일 쓰는 일기’에 수록된 허은실 작가 주변 일상의 모습들.

▲ 책 ‘내일 쓰는 일기’에 수록된 허은실 작가 주변 일상의 모습들.
▲ 책 ‘내일 쓰는 일기’에 수록된 허은실 작가 주변 일상의 모습들.

▲ 책 ‘내일 쓰는 일기’에 수록된 허은실 작가 주변 일상의 모습들.
▲ 책 ‘내일 쓰는 일기’에 수록된 허은실 작가 주변 일상의 모습들.

곳곳마다 나오는 제주의 풍경과 사건은 경쟁 보다는 함께 사는 법,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 한다.제의 공간인 할망당과 평생 자맥질로 자녀들의 학비를 챙겨온 해녀들의 모습은 여성 연대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타인의 아픔을 다루는 것이 괜한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제주 4·3 진실에서 평화로’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비자림로 확장에 반대하기도 한다.그래서 작가는 “바람에 실려야 사는 일도 수월하지만 때로는 바람을 마주하고,바람에 맞서야 할때도 있다”고 말한다.저녁 노을과 짙은 녹색의 귤 열매 등 계절을 변화를 담은 사진과 짧은 시는 글에 숨통을 틔워준다.소박하지만 따뜻한 마음 베품,일상적으로 나누는 귤,전교생이 참여한 운동회,책방에서 사귄 사람들을 통해 어머니와 딸이 제주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편 1975년 홍천에서 태어난 허은실 작가는 다수의 라디오 프로그램과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작가로 활동했다.2010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당선됐으며 지난해 김구용시문학상을 수상했다.시집‘나는 잠깐 설웁다’,산문집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등을 펴냈다.도서출판 창비.1만5500원.

김진형 formatio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