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문학제 전국이야기대회
최고령 참가자 목영덕(94) 옹
금병의숙서 5년동안 글 공부
1930년대 춘천지명 등 소개
어린이대회 최지유 양 대상

▲ 제17회 김유정문학제의 프로그램 ‘전국이야기대회-나는 이야기꾼이다’가 지난 4일 춘천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렸다.목영덕 옹이 김유정선생과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 제17회 김유정문학제의 프로그램 ‘전국이야기대회-나는 이야기꾼이다’가 지난 4일 춘천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렸다.목영덕 옹이 김유정선생과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시절 소설가 김유정을 따라 글을 배웠던 9살 아이가 어느 새 94세 노인이 되어 있었다.

지난 4일 춘천 실레마을 김유정문학촌에서는 금병의숙에서 공부한 김유정의 마지막 제자가 김유정을 추억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제17회 김유정문학제의 프로그램 ‘전국이야기대회-나는 이야기꾼이다’에 올해 최고령으로 참가한 목영덕(94)옹은 9살때부터 15살까지 김유정에게 글을 배운 기억을 바로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풀어놨다.9살 때부터 5년여간 금병의숙에서 김유정 선생에게 글을 배운 목 옹은 “김유정 선생은 어딜가든 혼자 가는 법이 없었다.법원터에 효자정문·열녀정문,소양로 비석군,이궁 등 당시 춘천의 명소 곳곳을 구경 시켜줬다”며 “틈만 나면 금병산 정상에 올라 춘천의 지명 곳곳을 소개시켜 줬다”며 아이들과 향토를 사랑했던 김유정 선생과의 추억을 나눴다.

특히 “실레마을은 떡 시루 형상이고,금병산은 노인이 비단짜는 형상이라는 것을 김유정 선생이 가르쳐 줬다”는 목 옹의 이야기는 1930년대 당시 지역의 강과 산 등 지명 유래까지 마을 어린이들에게 세세히 알려주며 향토의식을 심어줬던 김유정 선생의 금병의숙 생활을 짐작케 했다.그는 “제가 11살때 ‘봄봄’이란 책을 쓰셨대요.그건 대평리 사람 이야기”라며 고향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을 이야기로 엮어내기 위해 분투했던 당시 젊은 김유정의 모습과 실레마을의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마을의 큰 느티나무 아래에서 24절기를 가르쳐 주고 구구단을 외우게 했던 김유정은 지역에서도 평판이 좋았다고 한다.목 옹은 “어른들은 김유정 선생보고 계몽운동을 하는사람이라며 미워하지 않았고 아이들은 김유정 선생을 쫓아다녔다”고 전했다.

김유정문학촌장을 지낸 전상국 소설가는 “조문희 씨 등 김유정의 제자들을 여럿 만나뵀지만 목 선생이 있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며 “당시 한학을 공부했던 김유정 선생이 마을의 아이들을 얼만큼 아꼈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유정문학촌에서는 귀가 잘 안들리는 아이의 민요 사랑,후삼국 시대 왕건이 견훤에게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줬던 안동 안중 할머니 등 6명의 참가자들이 준비해온 다양한 이야기가 각각 8분여간 펼쳐졌다.

특히 춘천에서 활동하는 조창호 영화감독은 아들이 말한 ‘네잎클로버’를 잘못 알아듣고 네 잎짜리 풀들을 가져다 줬던 어린 시절 어머니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들려줘 대상을 받았다.

6일에는 춘천지역 어린이들이 모여 최고의 이야기꾼이었던 김유정 따라잡기에 나섰다.

김유정기념사업회와 강원도민일보와의 공동주관으로 6일 열린 ‘어린이이야기 대회’에서도 춘천 사북면 송화초교 최지유 어린이는 퇴계 이황 선생과 용왕의 아들이 가져다 주었다는 공지어의 전설을 들려주며 퇴계동과 공지천의 유래를 소개해 이날 열린 대회의 대상 주인공이 됐다.

아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해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남춘천초등학교 전우리 어린이는 “저만 이렇게 행복하고 잘 사는 것 보다 이웃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사회복지사가 꼭 되기 위해 실천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해 박수 받았다.

이밖에도 참가 어린이들은 도깨비나 새 등이 등장하는 전래 동화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며 문학촌의 가을을 유쾌하게 물들였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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