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척 신남마을 태풍 이재민
8가구 15명 마을 교회에 기거
임시물탱크 설치 생활용수 부족
복용약 미처 못챙겨 건강 우려

▲ 지난 5일 수마가 할퀴간 삼척 신남마을 주민 대피소인 신남교회 쪽방에서 이재민들이 막막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지난 5일 수마가 할퀴간 삼척 신남마을 주민 대피소인 신남교회 쪽방에서 이재민들이 막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쑥대밭으로 변한 삼척 원덕읍 신남마을의 이재민들이 식수조차 부족한 힘겨운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지난 5일 마을내 교회에는 집이 매몰돼 돌아갈 곳이 없는 8가구 15명이 있었다.이틀 전 새벽시간에 들이닥친 수마(水魔)를 피해 잠시 머문 교회는 그들의 거처가 됐다.

이곳은 농촌에 있는 조그마한 교회로 내부는 주방 딸린 거실과 쪽방 2개가 전부여서 그들이 함께 지내기에는 턱없이 비좁았다.남성 5~6명은 쪽방,여성들은 거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지만 누우면 발조차 뻗기 힘들 정도였다.이재민 주상봉(65)씨는 “평생을 봐온 동네 사람들이라 붙어 자는 건 어색하지 않지만 내집만 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수도도 끊겨 주민들은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있었다.임시로 물탱크를 설치해 구한 물은 식수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해 세수나 화장실 용수로 쓰기에는 언감생심이다.김익현 목사는 “교회 식구들과 봉사자 분들이 최선을 다해 이재민들을 돕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일단 부족한 물과 열악한 숙박시설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으로 크고작은 지병을 앓고 있지만 급하게 대피하면서 복용약을 건져나오지 못해 건강도 위협받고 있었다.이재우(63)씨는 “아내가 몸이 불편한데 복용하는 약을 들고 나오지 못했다”며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40분 떨어진 삼척 시내에 나가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 나갈 수가 없다”고 했다.황옥주(85) 할머니도 “골다공증 약을 못들고 나와서 큰 일”이라며 “보건소 양반들한테 이야기해봐야 하나”라고 말끝을 흐렸다.

가재도구 한개라도 더 빨리 건져내기 위해 한시가 급하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날 폭우가 내려 복구가 중단,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이날 점차 굵어진 빗줄기로 마을 하천이 넘쳐 그동안 가졌던 복구작업은 허사로 돌아갔다. 윤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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