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남·속초





입속에 오래 묵은 나무 한 그루를 뽑아냈다

생의 즙 같은 삭은 피가 고여 있고

함몰된 자리가 우물처럼 검고 깊다



내 삶을 받쳐주던,주춧돌 하나 들어낸 자리

레이저 빛으로 복사된 내 부끄러움들

더러는 생의 아픔이 고여 있고

더러는 햇살 같은 희망도,물보라처럼 혀끝에 감겨져 있다

세상을 씹고,시詩를 씹고,사람을 씹고,

질근질근 씹다가 못해 바수기까지 한 내 원죄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 대가로 협곡 같은 잇몸에 철심 나사못을 박는다

세상 앞에 반듯하게 서라고 당당하라고



생의 나이테 같은

오래된 고목 같고 주춧돌 같은

깊고 단단한 뿌리를 들어낸 자리가 비릿하고 우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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