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조국 법무장관의 임명을 둘러싼 나라의 분열이 걱정이라고들 한다.일제침략을 받았던 구한말과 더 거슬러 1592년 임진왜란을 초래한 소모적인 당파싸움의 재판이라고도 한다.실제 이러다 나라 망한다는 우려도 나온다.며칠전 일본에서 만난 지인들도 한국상황이 어이없고 한심하다고 했다.일본에 ‘지지 않겠다’,‘노 아베’를 외쳐대더니 갑자기 자중지란하는 꼴이라니 일본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단다.

그렇다고 남의 눈치 때문에 없던 일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지금 대한민국의 분열과 갈등이 진정 나라를 망하게 하는 정도라면 장관 사퇴든 뭐든 서둘러 봉합하는 것이 맞다.그러나 대한민국이 이 정도쯤은 견뎌낼 성숙한 사회가 되었다면 분열과 갈등 상황에서야 드러나는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분열과 갈등은 꼭 나쁜 것은 아니다.분열은 다양성의 다른 이름일 수 있고 갈등은 고질적 문제의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가능케한다.법무 장관 자리하나 가지고 진영과 정파가 나뉘어 싸움질하고 백명에 달하는 특수부 검사들이 고등학생 표창장 진위 따위 등을 조사한다고 나서는 일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이런 ‘웃슬픈’ 일이 두달 이상 지속되는데는 의혹만 난무하는 조국과 그 가족문제보다 훨씬 크고 조직적이고 고질적인 검찰 문제,언론 문제,그리고 정치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따라서 이 시점에서 본인의 범법사실과 같은 결정적 사퇴이유가 없음에도 조국 장관이 물러난다면 오히려 모처럼 명명백백히 드러나고 있는 검찰과 언론,정치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계기를 놓치는 꼴이 될 것이다.

지금 상황은 야당과 조중동 보수신문이 아무리 중상모략 공격해대도 조국 장관이 쉽게 사퇴할수도 없는 구조로 빠져들고 있다.오히려 조 장관과 그의 가족이 죽이려고 달려드는 검찰권력과 언론권력의 희생자가 됨으로써 ‘조국이라야 검찰개혁을 할 수 있다’는 프레임이 운명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조 장관 가족에게는 대단히 죄송한 일이지만 ‘조국’의 희생을 딛고 대한민국 사회는 험난한 민주주의 개혁의 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몇 차례 시도했고,특히 노무현 정부때조차 실패하고 말았던 검찰 개혁이 이번에는 다행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조국사태’를 통해 무소불위 권력자가 된 정치검찰의 문제,여전히 전관예우 등 온갖 부당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검찰의 실상,그래서 확실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체험적으로 학습하게 됐다.10월5일 대검찰청 앞 대규모 자발적 시민집회는 검찰개혁 여정의 역사적 전기를 마련한 사건으로 기록될 터다.관련 언론보도는 정파적 분열,공격 저널리즘,검-언 유착,‘아니면 말고식’ 보도,온라인‘어뷰징’ 사이비기사 난무,언론인의 비판적 사고능력 등 한국 언론의 고질적 문제들을 거의 다 드러낸다.정작 기자들이 무엇이 부끄러운 일인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개혁대상과 지점이 거의 확인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필자를 포함한 386세대들은 의식,무의식,그리고 실제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누렸던 ‘특권’을 반성적으로 들여다 보고,부모의 경제사회적 계층에 무관하게 청소년 누구나 재능과 능력이 되면 인턴도 하고 논문 제1저자도 될 수 있는 기회균등 교육,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실천적 참여를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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