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철학과 민지영씨 4컷 만화 ‘생쥐혁명’ 발간
‘공산당 선언’ 만화작업 계기
자본주의 모순 쉽게 풀어내
“마르크스 지적 여전히 유효”

▲ ‘생쥐혁명’ 작가 민지영씨
▲ ‘생쥐혁명’ 작가 민지영씨

“마르크스 읽기가 진화하는 이유요?그가 지적했던 문제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칼 마르크스는 1989년 국내에 ‘자본론’의 전문 번역본이 출간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금기시되던 철학자였다.사회과학 불멸의 고전이지만 토론조차 어려웠던 시절이 그리 오래지 않다.읽히지 않는만큼 사상에 대한 오해들도 쌓여갔다.하지만 마르크스가 개념화한 자본과 계급구조,노동력 상품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병리들은 현재진행형이다.인간들의 삶을 축소시킨 작은 생쥐들의 이야기로 마르크스에 입문한다면 어떨까.그것도 대학생의 시선에서 본 마르크스 이야기를.

한림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민지영(24)씨는 최근 마르크스를 주제로 담은 4컷 만화로 구성한 책 ‘생쥐혁명’을 펴냈다.이 책은 온라인 도서판매 사이트 신작 순위권에 오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 작가가 ‘생쥐혁명’을 쓰게 된 계기는 고전을 토대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학교 프로그램이었다.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을 22쪽 짜리 4컷 만화로 그린 것이 감수를 맡은 장춘익 철학과 교수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여기에 ‘자본론’ 1권의 내용까지 엮어 2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200쪽 분량의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됐다.마르크스의 사상을 담은 책이지만 마르크스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여우 캐릭터를 자본가로,생쥐 캐릭터를 노동자로 각각 설정해 여우에게 착취당하는 생쥐,과도한 노동으로 죽음에 이른 생쥐,노동운동을 계획하는 생쥐들의 모습을 그리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 위주의 전개를 택했다.

4컷 만화지만 연작으로 책이 진행되면서 마르크스 이론과 인클로저 운동 등 경제사를 설명하는 부분이 시선을 끈다.민 작가는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게 그리고 싶었다.어떤 컷들은 정리가 명확히 잘 안돼서 고심했던 부분들도 있었다”며 “자본주의 초기 역사를 설명하는 컷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필요한 설명들만 압축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또 “시대가 발전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마르크스를 읽어보자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러 위험을 감수하는 자본가의 투자와 경제적 욕구 또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민 작가는 “자본가의 리스크 감수가 매일 발생하는 노동자의 죽음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비 마련을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민 작가 눈에 비친 이웃들의 모습은 서글플 때가 많다고 한다.그는 “편의점에서 일하다 보면 형편이 넉넉지 않은 노인 분들이 하루 한 번씩 소주를 사가시는 모습을 본다.그 분들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보여 안타깝다”며 “소외된 사람들의 사회적 참여와 소통을 늘려나갈 수 있는 방법도 결국은 사회과학과 철학에서 고민해 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