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배추 밑둥썩음병 피해 속출
도내 영서지역 중심 질병 확산
춘천서만 33곳서 10억원 피해
농정당국 발생 원인 규명 못해
국립종자원 발표 두달 소요예정

▲ 김장철 수확을 앞 둔 배추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썩어들어가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춘천 서면에 배추가 썩어 고랑 곳곳이 비어있는 밭이 피해가 없어 빼곡한 밭과 비교된다.      최유진
▲ 김장철 수확을 앞 둔 배추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썩어들어가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춘천 서면에 배추가 썩어 고랑 곳곳이 비어있는 밭이 피해가 없어 빼곡한 밭과 비교된다. 최유진


“40년 넘게 배추농사를 지었는데 올해처럼 원인도 모른 채 농사를 망친 건 처음입니다.”

강원도내 영서지역을 중심으로 배추 뿌리가 썩어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나 농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가을 배추 수확철을 앞두고 있지만 농정당국은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해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춘천시 서면의 한 마을.이곳에는 58곳의 농가가 총 132.2㏊(40만평) 규모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다.대부분 지난 7~8월부터 배추 재배가 시작돼 수확을 2주가량 앞둔 시기지만 이곳은 이미 수확이 끝난 것처럼 경작지의 군데군데가 비었고,그 자리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있었다.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배추도 뿌리부터 이파리까지 누렇게 썩어 살짝만 건드려도 힘없이 쓰러지기 일쑤였다.이곳에서 8595㎡(2600평) 규모의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홍순원(87)씨는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잎이 마르고 뿌리가 썩으면서 배추밭의 90% 이상이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잎과 뿌리에 주로 발생하는 배추 밑둥썩음병 현상은 춘천 서면 일대에서 홍천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이날 현재까지 춘천 서면지역에서만 33곳 농가에서 49.5㏊(15만평)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피해액은 출하가로 적용하면 9억~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현재 일부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배추 밑둥썩음병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종자원이 정밀검사에 들어갔다”며 “검사결과는 두달정도 뒤에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종재 leejj@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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