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멧돼지 ‘동진설’ 현실화
철원 넘어 화천 확산 가능성
농가 불안 속 자체 방역 강화

돼지열병바이러스(ASF) 감염고리로 지목된 야생 멧돼지가 총기 포획이 강화된 경기에서 이동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강원으로 이동하는 ‘동진(東進)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11~12일 돼지열병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일으킨 멧돼지 폐사체 3구가 발견된 철원 민간인통제선(민통선)에서 양돈농가까지 최소 거리는 10㎞가 넘지만 멧돼지는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고,개체 수 파악도 쉽지 않은 특성을 가져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까지 이어지는 접경지 농가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접경지 내 농가는 106곳으로 도내 전체의 40%가 넘는다.

철원 동송읍에서 18년째 양돈농장을 운영하는 김연창(54)씨는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발견됐으니 ASF 바이러스가 강원도로 들어온지는 상당히 오래됐을 것”이라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농가들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화천 북방까지 침투,이미 도내 접경지 중심부까지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화천에서 1000여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홍순규(49)씨는 “ASF가 장기화되면서 내일은 강원도에서도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불안했는데 결국 올 것이 왔다”며 “정부가 더 일찍,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10월은 멧돼지가 먹이섭취와 짝짓기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여서 바이러스 확산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근용(69·철원) 철원군양돈협회 지부장은 “아직 정확한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농가들은 야생 멧돼지에서 전파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각 농가들이 울타리 보수,기피제 살포 등 평상시보다 강력한 자체 방역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재 leejj@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