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상상실현 페스티벌’ 리뷰]
춘천이 주는 장소 장점 극대화
매년 가고 싶은 축제 자리매김
카더가든·잔나비·양반들·버둥
젊은 밴드들로 올해 공연 채워
춘천 KT&G 상상마당에서 매년 열리는 상상실현 페스티벌은 춘천의 장소성이 극대화된 음악축제로 평가된다.특히 지난 12일 열린 올해 공연은 국내 밴드음악의 트렌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3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내실있는 라인업으로 조기 매진된 이번 페스티벌 객석은 전국에서 모인 4000여명의 관객들이 가득 채웠다.이들은 탁 트인 의암호와 아름다운 건축물이 어우러진 야외공연장,국내 최고 수준의 실내 음향시설으로 정평 난 사운드홀,소규모 공연을 가까이서 즐기는 수변무대에서 춘천의 청명한 가을 풍경과 밴드 음악을 함께 즐겼다.
호수와 하늘이 그대로 배경이 되는 소규모 수변 무대에서는 신인 뮤지션들이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연주했다.춘천의 노을 사이로 무대에 선 ‘잭킹콩’은 힙합재즈와 네오소울 사이쯤 어딘가에서 밀고 당기는 사운드의 완급조절로 환호를 이끌어냈다.트럼펫 연주와 보컬을 오가는 신선한 곡 전개가 실험적으로 들리면서도 안정적 연주실력이 더해져 듣는 즐거움을 더했다.
‘크러쉬’의 무대는 훌륭한 가창력이 돋보인 것은 물론 관객 반응도 뜨거웠다.다만 DJ가 준비해온 MR에 맞춰 공연,헤드라이너 직전 무대에 연주자가 없었던 점이 다소 아쉬웠다.
마지막 무대에 선 ‘잔나비’는 더 깊어진 소리로 돌아왔다.지난 달 서울 잠실 올림픽홀에서 열린 단독공연을 전석 매진시킨 잔나비는 자신들의 세 번째 상상실현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 오르며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최근 군 입대한 드러머 윤결의 빈자리는 에메랄드 캐슬의 송국정이 채웠다.잔나비의 최대 장점은 관객과의 소통이었다.보컬 최정훈은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등 히트곡이 아닌 곡들에서도 구호와 동작으로 관객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뮤지션들의 춘천 사랑도 넘쳐났다.카더가든은 “이 곳에서 앨범녹음을 했다.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고,‘짙은’은 예정에 없던 ‘춘천가는 기차’를 즉석에서 들려줬다.
운영 측면에서는 무료 셔틀버스 서비스 ‘꽃가마’로 관객 접근성을 높였고,입장권이 없어도 수변무대와 부대 프로그램을 개방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했다.‘아트갤러리 다방 프로젝트:플라스틱 러브’,‘김승구 개인전 밤섬’,‘볼로냐 그림책 작품전’,‘강원FC 이벤트존’ 등이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관객 이소희(23·서울)씨는 “풍경과 음향,분위기가 하나의 작품처럼 어우러져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매년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