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동해안 수해 왜 되풀이되나 (상)
약해진 지반에서 토사 줄줄
국도 7호선 확장·동해중부선 등
주민, 마을주변 공사 원인 지목
하천 준설 등 대책 마련 호소

▲ [집중진단]동해안 수해 왜 되풀이되나
▲ [집중진단]동해안 수해 왜 되풀이되나

영동권은 한반도에서 가장 크고 긴 산줄기인 백두대간과 바다 사이에 위치해 있어 하천은 길이가 짧고,경사가 심해 많지 않은 양의 비에도 순식간에 물이 불어난다.이러한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크고 작은 개발과 획일적인 재난 대책이 태풍 ‘미탁’의 피해를 키웠다는게 주민들의 분석이다.‘미탁’이 할퀴고 간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통해 동해안에서 수해가 반복되는 이유를 상,하로 나눠 짚어본다.

2000년 이후에만 루사(2002년),매미(2003년),곤파스(2010년) 등 국내 재난사에 남은 강력한 태풍이 수차례 강타해 초토화가 됐던 동해안 주민들은 마을 주변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공사가 수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공사로 약해진 지반에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가 일어나고,또 유출된 토사가 하천으로 밀려 들어 물이 범람한다는 것이다.

‘미탁’의 대표적인 피해지인 삼척 신남마을 뒤편으로는 동해중부선 철도 터널공사가 진행되고 있다.터널공사 중 강한 발파 진동으로 일대 지반이 약해져 토사 유출을 초래했다는게 주민들의 주장이다.주민 A씨는 “산 중턱에 터널을 낸다고 뚫는데 지반이 괜찮다면 더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시공사 측은 “공사하면서 지반이 흔들렸다면 이미 이전에 산 붕괴 등 큰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공사가 아닌 기록적인 폭우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10여년 전 이뤄진 마을 뒷편 국도7호선 확장공사도 지반을 약화시킨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한 주민은 “이번 태풍 때 국도 7호선 서쪽에서 토사와 빗물이 시작돼 도로를 타고 마을로 흘러내려왔다”고 말했다.주택 20여채가 침수 피해를 입은 삼척 오분동에서도 동해중부선 철도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또 다른 주민도 “공사업체에서 철도 교각 상판 작업을 하기 위해 마을 소하천 양쪽 옹벽을 훼손해 하천 우수가 마을로 들어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이에대해 시공사 관계자는 “지난 2월 교각 기초공사를 하기 위해 옹벽을 제거했다”며 “수해 피해 책임여부에 대한 부분은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오분동에서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마을내 붕괴위험지역에 대한 정비는 수년째 이뤄지지 않았다.

강릉 경포 진안상가 상인들 사이에서는 신흥택지인 유천지구,솔올지구가 만들어져 피해가 커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빗물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던 산과 논,밭이 택지개발로 사라져 경포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상인 L씨는 “이번 태풍보다 비가 훨씬 많이 왔던 ‘루사’때에는 경포호수 앞 도로까지 침수되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도로가 물바다가 됐다”고 했다.번번히 태풍 피해를 입은 강릉 강동면 산성우2리 주민들은 마을 바로 옆으로 흐르는 정동천의 일정하지 않은 하천 폭이 수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김응래 산성우2리 이장은 “지난해 하천 상류에서 일부를 매립하는 공사가 있었는데 이런 것들로 인해 물길이 좁아지니 수위가 높아져 범람했을 것”이라며 “매번 하천이 넘쳐 피해을 입으면 하천 준설을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하고,준설 횟수도 늘리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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