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완 스님

▲ 도완 스님
▲ 도완 스님
최근 드론을 이용한 미사일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시설과 유전이 소실됐다.사우디아라비아는 보복 차원에서 즉각 예멘 반군의 근거지 사다지역을 폭격했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지목하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다.세계 인류는 여전히 계속되는 전쟁의 기류 속에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걱정만 키우고 있다.국내 상황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조국 전 법무장관을 둘러싸고 국민분열과 대립이 여전하다.여기에 이웃나라 일본과의 관계 또한 크게 경색되면서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이다.사우디아라비아 테러와 한일관계에서 보듯이 오늘날 국제사회는 각국 이해 관계에 따라 자유롭게 협력·경쟁하고 있으나 때로는 지나친 경쟁에 빠져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나친 경쟁은 갈등을 수반하고 갈등이 심해지면 분쟁,전쟁으로 이어진다.특히 경제적 이유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민족과 인종,종교 등에서 비롯되는 가치관과 신념의 차이가 원인이 되어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평화로운 공동체는 부처님의 초기 교단이었다.출가승을 가리키는 ‘샹가(samgha)’는 본래 화합중(和合衆)을 의미한다.화합중은 늘 하심(下心)으로 상대를 공경하고 배려한다.간혹 의견 차이로 대립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경륜 많은 장로(長老)들의 지혜로운 중재에 모두 승복하고 평화로웠던 관계를 회복했다.이는 귀천과 나이의 많고 적음을 분별하지 않고 누구나 평등하게 대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른 결과다.이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함경’에 나온다.

수닷타 장자가 큰 돈을 들인 기원정사가 사밧티성 안에 완공되자 소문을 듣고 프라세나짓왕이 신하들과 함께 부처님을 예방했다.왕은 부처님께 왕이 가야할 올바른 길을 물었다.부처님이 이에 말씀하셨다.

“오직 외아들을 사랑하듯 백성을 사랑하시오.아무리 작은 생명일지라도 귀하게 여기어 억압을 하지 마시오.왕의 지위를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며,괴로운 자를 돕고 슬퍼하는 자를 위로하며 병든 자를 구하십시오.세상에는 밝은 곳으로부터 어둠에 이르는 길이 있습니다.반면 어둠에서 밝은 곳에 이르는 길이 있습니다.대왕이여,현명한 자는 어둠에서 밝은 곳으로 나아가 드디어 찬란한 광명의 세계에 들어 자기의 생명을 구하고 타인의 생명도 건지는 것입니다.부디 마음의 적정(寂靜)을 본원으로 삼아 백성의 행복을 해치지 말며 백성의 행복이 흔들리지 않도록 토대를 닦는 일이 왕이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부처님 또한 제자들 앞에서 일체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셨다.누구나 똑같은 평등체였다.어느 날 부처님이 다자탑 앞에서 수백명의 제자들에게 설법을 하고 계실 때였다.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설법장이 대중들로 가득 메워졌다.가섭존자가 늦게 설법장에 나타났다.부처님은 자신이 앉던 자리를 나누어 그를 앉게 했다.이것이 유명한 다자탑전 반분좌(多子塔前 半分座)일화다.

세상의 평화는 거창한 구호와 대단한 기획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이처럼 작은 일에서부터 마음을 나눌 때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작고 약한 것에 대한 나의 연민이 평화의 싹을 틔운다.그러므로 내 마음을 바꾸는 일이 우선 중요하다.마음을 바꾸는 작업.우리 모두 마음 속 작은 혁명을 꿈꾸어 보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