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

한 전깃줄에 앉아 있어도

저만큼 떨어져 앉아 있는 두 마리 비둘기는

가까운 듯, 멀고 먼 거리



두 전봇대 사이로

잿빛 하늘은 온종일 비를 뿌리고

두 마리의 비둘기도

언덕 위 두 시골집도

보이지 않는 장벽 넘지 못하네.



다가갈 수 없는 두 전봇대의 거리만큼

한나절 비에 젖는 두 마리의 비둘기는

다가갈 수 없는

멀고 먼 외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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