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경 치악산국립공원 사무소장


빠져들 것 같은 청명한 하늘과 신선한 공기는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들게 만든다.

국립공원에 근무하다 보면 ‘봄철의 화려한 꽃도 좋지만,한 여름의 열정을 뒤로하고 오색찬란하게 서서히 산을 물들게 하는 단풍이 더 좋게 느껴진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치악산의 가을 단풍은 요즘 절정에 이르고 있다.

울긋불긋 화려하게 물든 가을 단풍을 맞는 요즘 시기는 뭇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하지만 자칫 방심하면 산행 중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계절이기도 하다.

단풍의 화려함에 이끌려 무리한 산행을 하다가 체력이 고갈되어 돌부리 등에 걸렸을 때 쉽게 부상을 당할 수 있다.또 가을은 기온의 변화가 심한 계절이기 때문에 산행 중 비와 바람을 맞는다면 저체온증이 쉽게 올 수도 있다.

산행 대상지의 기상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고 산행 장비와 비상 식량 등을 철저히 준비하는 한편 자신의 체력에 맞는 산행 계획을 세워야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부상이나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산악위치 표지판’을 활용하여 국립공원 상황실이나 119에 신고하면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을 단풍산행 시 탐방객의 안전은 물론 자연자원 보호를 위해서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바로 ‘샛길’이라고 불리는 ‘비법정탐방로’ 산행이다.

샛길에는 각종 위험 요소가 많고 조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난당한 사람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신속하게 구조활동을 하기가 어렵다.이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는 조난자의 생명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다.

또한 샛길 산행은 자연훼손을 야기하고 국립공원에 사는 수많은 동물과 식물의 서식지를 파편화할 수 있기 때문에 후세에 온전한 자연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중 하나다.

아울러 국민 모두에게 쾌적한 공원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쉬우면서도 중요한 것이 산행을 하면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국립공원에서는 자기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것만으로도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그린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그린 포인트’는 국립공원 사무소와 편의점,등산복 매장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가을 단풍철 많은 탐방객들과 이로 인한 각종 무질서로 지치고 몸살을 앓는 국립공원이 되지 않길 바란다.국립공원 내 가을단풍의 아름다움을 찾아 오는 탐방객들 스스로 안전한 산행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자연을 배려하는 작은 노력을 통해 사람과 자연 모두가 행복한 단풍 산행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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