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바람 부는 달밤, 귀뚜라미 처량한 울음소리에 가을은 깊어가고 밀레의 ‘이삭 줍기’,‘만종’과 같은 명화들이 그리움으로 와 닿는 계절다.수확한 감자 바구니를 내려놓고 부부가 저녁 감사기도를 드리는 ‘만종’처럼 풍성한 이 가을을 다함께 찬미하자.

최근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이웃국가 일본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대일 청구권 배상판결을 트집잡아 경제 보복을 이어가고 있다.양국이 경제,안보면에서 막대한 손실을 볼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어느 편도 양보할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이런 가운데 한국,미국,일본 3개국 안보 삼각동맹의 중심국가인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임을 자처하고 있는만큼 동북아 안보의 긴밀한 협조차원에서 중재함이 마땅함에도 수수방관하고 있다.흔히 외교관계에서 말하는 “국가간에는 영원한 우방도,영원한 적도 없다.오직 자국의 이익만 있을 뿐”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게 돼 씁쓸할 뿐이다.

아프리카를 찾은 어느 인류학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이 학자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일정한 거리에 맛있는 과일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놓고 선착순으로 뛰어가도록 해서 제일 먼저 도착한 아이에게 과일 바구니를 주겠노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뛰어갔다.바구니 앞에 둘러앉아 즐겁게 과일을 나눠먹는 것 모습을 보고 아이들에게 그렇게 한 이유를 물었더니 “나머지 아이들은 다 슬픈데,어떻게 나 혼자만 즐거울 수 있겠느냐”고 했다.이 말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이 즐겨쓰던 말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는 공동체 의식이 골수에 사무친 말이다.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비뚤어진 사고방식,전도된 ‘내로남불’식 배려심 없는 사상을 갖고 국민 위에 군림하며 숭고한 가치의 정의를 잠식하고 있는 특권층에 경종으로 울리고 싶다. 최인철·시인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