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상지대 관광·여가기획학과 교수

▲ 김정민 상지대 관광·여가기획학과 교수
▲ 김정민 상지대 관광·여가기획학과 교수

최근 몇 주간 주요 국제 뉴스로 자주 접한 소식은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에 관한 것이다.예외 없이 올 해도 서구의 인사들이 대거 수상한 가운데 공동수상일망정 일본인 학자도 한 명 수상자로 선정되며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서구 중심이고,게다가 여성 수상자는 2019년 기준 전체 수상자의 5%에 불과하다는 선정의 형평성에 대한 세간의 비난 속에 애써 노벨상 수상의 국가적 영광을 ‘여우와 신포도’의 경우처럼 평가절하하기도 하고,혹은 아시아 국가의 인사가 후보로 물망에 오르거나 실제 수상의 영예를 얻는 걸 보며 내심 자부심을 가지기도 하는,교차되는 감정 속에는 분명 노벨상 수상이 주는 국가적 영예에 대한 부러움이 깔려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언제 노벨상 수상국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 소회는 나만의 것은 아닌 듯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전략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소리들이 쏟아져 나오는 때도 또한 이 맘 때이다.특히 일본과의 비교는 늘 등장하는 단골소재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이 25개의 노벨 메달을 보유한,세계 5위의 노벨상 배출국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노벨평화상 단 1개에 불과하니 말이다.특히 2000년 대 들어 19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일본의 비결을 분석하며 우리도 응용과학이 아닌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거나 창의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거나 단기간의 양적 성과 위주의 연구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거나 등등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그러나 노벨상을 꿈꾸며 그런 진단들을 믿고 있기엔 우리의 현실이 너무 비루하다.비록 수상 가능성은 낮았어도 해마다 문학상 후보로 온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노시인은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온 국민을 경악시키며 문단에서 퇴출되었다.어디 이 뿐인가.BK,CK.LINC 사업 등 일반인들은 도통 알아듣기도 어려운,그동안 과학강국을 위해 정부가 세금 들여 진행한 수많은 국책사업들은 수도권 일부 대학에만 편중되어 소위‘인서울’대학과 지방대학의 교육격차만 확대,고착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지방대학의 교수들이 연구비와 연구 인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반해 차고 넘치게 국가의 지원을 받는 특정대학의 교수들은 자신의 미성년 자녀와 심지어 지인 자녀의 대학입시 스펙 쌓기를 위해 개인연구 성과를 이용하기까지 한다.한 방송사의 탐사보도에 의하면 교육부가 지난 해에만 40억원 가량을 지원한 과학영재 발굴을 위한 R&E 프로그램의 결과물은 50%가 고등학생 저자라니 이 정도면 가히 교육부가 대입 스펙 쌓기에 동원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게다가 특목고,과학고 등의 인재들마저 대부분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게 우리네 교육 현실이니 이런 풍토에서 창의성과 독창성을 중시하고 평균 30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리는 노벨상 수상을 기대하긴 어렵다.올해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20조가 넘었다.지난 몇 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 연구비 수준은 세계 1~2위를 지켜왔고 정책방향도 기초연구 진흥이다.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단기간 내에 기대할 수 없는 이유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부족이나 과학정책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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