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게 된다’는 뜻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은 일이 있을 때는 실컷 부려먹다가 일이 끝나면 돌보지 않고 헌신짝처럼 버리는 세태를 비유한데서 나온 고사성어다.우리나라에서는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사용해 유명해졌다.김영삼 대통령 당선에 큰 기여를 한 김 전 국회의장은 김 전 대통령이 추진한 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부정축재 의혹에 휩싸이자 ‘토사구팽’이란 말을 남기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평양 출신의 김 전 의장은 1960년 제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양구군 선거구에서 출마한 후 제6대,7대,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철원군-화천군-양구군 선거구에서 잇따라 당선됐다.10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민주공화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춘천시-춘성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 선거구에 출마했다 낙선하고 만다.1988년 실시된 13대 총선과 1992년 실시된 14대 총선에서는 철원군-화천군 선거구에서 당선돼 7선 의원으로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김 전 의장은 1970년 교양지인 ‘샘터’를 창간한 발행인으로도 유명하다.포켓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얇은 ‘샘터’는 ‘담배 한갑보다 싸야 한다’는 김 전 의장의 뜻에 따라 창간 당시 책값이 100원이었고 지금도 3500원에 불과하지만 법정 스님과 수필가 피천득 선생의 주옥같은 글을 비롯해 이해인 수녀,장영희 교수,강은교·정호승 시인,정채봉 동화작가 등이 필명을 날렸다.최인호 작가의 연재소설 ‘가족’은 무려 34년간이나 이어지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헤어져 사는 사람들이 목을 축이는 샘물같은 역할을 한 ‘샘터’가 창간 50주년을 1년 앞둔 오는 12월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고 한다.1990년대부터 계속 적자였는데 적자폭이 점점 늘어나 600호를 채우지 못하고 598호에서 휴간하는 것이다.거짓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벗’이 사라지는게 안타깝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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