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 속초 청호동서 공연
‘인물발굴 프로젝트’ 첫 작품
시와 함께 표현한 낭독극 형태
# 박용열 시인 조명 연극 ‘엄마’

나는 어머니와 늘 싸웠지요

엄마는 지고도 웃으시고
나는 이기고도 울었지요

그렇게 싸우면서

엄마는 저렇게 늙었고
나는 이렇게 컸습니다.

박용열,‘어머니’



▲ 연극 ‘엄마’ 스태프. 김신실(사진 왼쪽 아래 ) 배우,남호섭(오른쪽 아래) 배우,임석재(왼쪽 위) 무대감독,안정민 조연출.
▲ 연극 ‘엄마’ 스태프. 김신실(사진 왼쪽 아래 ) 배우,남호섭(오른쪽 아래) 배우,임석재(왼쪽 위) 무대감독,안정민 조연출.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의 수색대 군인이자 동심을 품고 시를 쓴 초연스님.그리고 손주를 만난 기쁨에 동시집을 낸 고성 바닷가마을의 의사 할아버지.

박용열 시인의 삶과 시 세계를 그리는 연극이 속초에서 관객들을 만난다.내달 1,2일 속초 청호동 ‘아트플랫폼 갯배’에서 선보이는 연극 ‘엄마’.

남호섭 극단 소울씨어터 대표가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우리동네 인물발굴 프로젝트’의 첫번째 시즌으로 올리는 작품이다.올해 강원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의 숨겨진 인물을 발굴해 지역 고유콘텐츠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남 대표는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박용열 시인을 낙점했다.

박용열 시인은 승려이자 의사다.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이자 참혹한 전쟁터 한가운데 있었던 6·25 참전용사이기도 하다.함경북도 출신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고,휴전한 이후에는 월정사에서 승려생활을 하며 동시를 썼다.이후 의사가 되어 고성을 비롯한 강원도 오지에서 인술을 펼쳤다.


질곡의 현대사를 거쳐왔지만 불가의 가르침을 동심으로 풀어내며 묵묵히 살아 온 박 시인의 일생을 그린 이번 공연은 낭독극 형태로 진행된다.박용열의 시를 함께 읊으면서 그의 인생을 짚어볼 수 있다.

인물발굴 프로젝트의 이어지는 시즌에서는 정극과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를 고려하며 준비할 예정이다.형태에 따라 인물을 둘러싼 배경이나 이야기 구조 등이 달라질 수 있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지역 역사 인물들의 생생한 증언과 자료들을 지역 청소년들에게 예술로 이해시키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호섭 대표는 “박용열 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원망과 그리움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엄마’의 품은 그런 삶 속에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자 모두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일 것”이라면서 “박 시인을 시작으로 지역에서 발굴한 사람들,그 원석들로부터 어떤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다양한 예술형태로 소개해 드리겠다”고 밝혔다.공연은 1일 오후5시와 7시30분,2일 저녁7시 30분 3차례 무대에 오른다.관람료는 감동후불제다.

■ 박용열 시인은

1929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박 시인은 성진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전쟁 1·4후퇴 때 월남,백골부대 수색대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고성 남강 전투에서 직사포를 맞아 폐를 절제하고 발가락도 절단해야 했다.

화랑은성무공훈장을 받고 명예제대한 그는 1954년 평창 월정사에 들어가 탄허 큰스님을 은사로 삼아 ‘초연’이라는 법명 아래 승려로 지냈고,승려 생활을 하던 중인 195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노을’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입문했다.1967년 의사고시에 합격한 시인은 고성 아야진에 신진의원을 개업,진료와 작품활동을 병행했다.손자들의 돌 기념으로 ‘아가에게 엄마에게’,‘할아버지와 손자’ 등의 동시집을 펴냈고,한국불교아동문학회장을 역임했다.

은사 탄허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았던 지난 2013년에도 시집 ‘오대산 가는 길’을 내는 등 활발히 활동해 왔다.1979년 한국동시문학상,1985년 동시집 ‘고요’로 한국불교아동문학상을 수상했고,한국불교아동문학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오대산에는 그가 탄허스님을 그리며 쓴 시 ‘오대산 가는 길’과 대표작 ‘노을’이 새겨 진 시비가 있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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