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쇄신론속 曺사태 사실상 사과 …“국민 박탈·좌절감 못 헤아렸다”
당원들 사퇴 요구에 “아주 극소수자가 그러는 것…선거 포기하라는 얘기”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정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10.30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정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10.30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30일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국민, 특히 청년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난 14일 사퇴 이후 조국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당에서는 이 대표가 사실상 사과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송구하다는 것이 사과냐’는 질문에 “표현대로”라며 “두 달 반 동안 갈등이 심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국민이 많이 실제로 지쳤고, 그런 점에 대해 당의 입장에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입장 표명은 조 전 장관 낙마 이후 당 일각에서 쇄신 요구, 나아가 이 대표 책임론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당내 쇄신 및 당직 개편 요구에 대해 “여당의 쇄신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의 요구에 맞는 정책을 잘 만들어 국민에 어려움을 풀어주는 것”이라면서 “당직 개편 얘기는 당내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제가 각 시도와 예산정책협의를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충실하게 하는 게 혁신이지 서로 인신공격을 하는 게 혁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원 게시판과 당내 일부 의원 사이에서 불거진 책임론과 사퇴 요구에 대해 “아주 극소수자가 그러는 것”이라며 “그 사람들 의견도 무시해선 안 되지만 대다수 당원의 뜻에 따라 당을 운영해야 한다. 선거가 다섯달 밖에 안 남았는데 지도부를 여기서 물러나라는 건 선거를 포기하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주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일반 시민들은 검찰은 ‘사람을 잡아다 족치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저도 군 검찰 조사를 받아봤지만, 수사관이 와서 막 툭툭 치고 욕이나 하고, 그건 폭행이지 수사가 아니다”라며 “그런 걸 없애야 국민이 안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조국 사태)은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오만한 권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도 절감하게 됐다”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 그리고 검찰 내부의 조직 문화와 잘못된 관행들을 철저하게 개혁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정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10.30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정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10.30

그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거론, “제가 정치를 30년 넘게 했는데 너무 지나친 것 같다”면서 “아무리 정부 비판과 견제가 야당의 임무라지만 이렇게 정부가 아무것도 못 하게 발목 잡는 것도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어 “대안을 갖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비난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안타깝다”며 “현재 문재인 대통령님이 상중이신데 패륜적인 만화 같은 것을 만들어서 돌려본다는 행위는 이제 삼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내년 4·15 총선과 관련, “그제 윤호중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발족시켰고 이번 주 중 위원 선임을 마무리하고 실무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총선기획단이 발족하고 선거기획단을 만들 때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선대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이 대표는 인재 영입과 관련해 “곧 인재영입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인데 민주당의 가치를 공유하는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 준비된 정책과 인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 4차 산업혁명 관련 인재 ▲ 독립운동가·국가유공자 후손 ▲ 경제·외교안보 전문가 ▲ 청년·장애인·여성 등을 영입 대상으로 꼽고 “가능한 한 많이 이런 분들의 비례대표·지역구 출마를 위해 제가 비공식적으로 만나고 있으며 공식화는 천천히 하려 한다”고 말했다.

‘2030세대’ 영입 방안으로는 “청년들이 경선하면 비용을 대폭 낮춰 아예 안 받거나 절반을 받는 안을 가다듬고 있고, 본선에서 떨어졌을 때 15% 이상 득표해야 전액 환불인데 청년들은 8% 정도만 얻어도 전액을 돌려받고 5% 정도만 얻어도 절반을 돌려받게 해 부담을 낮춰주는 안을 도입하려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진과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을 중심으로 ‘물갈이’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에는 “임의로 ‘물갈이’한다, 쫓아낸다고 하는 건 예의 없는 것”이라며 “중진 중 제게 비공식적으로 출마를 안 하겠다고 한 분이 여럿 있다. 이미 확정한 공천룰에 맞춰 민주적으로 (공천을) 진행하다 보면 결과에 의해 도태되는 사람이 생길 거고 신인들도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인재영입 등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실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우리 당의 누구 하나가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가 대표를 맡고 나서 민주적으로 당 운영과 소통을 하고 있어 모두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당 복귀 문제와 관련, “차기 대선주자로 지명도가 높아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당원이 있다”며 “그러나 이 총리 의향뿐 아니라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이 매우 중요하며, 인사권자가 따로 있는 만큼 당이 더 말씀드리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통계청 발표에서 비정규직 숫자가 많이 늘어난 것에 대해 “국제기구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다 보니 잠재된 것이 현실화한 부분이지 숫자가 는 것은 아니다”라며 “통계상 안 보였던 게 드러난 것이고 고용 상황이 더 악화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선거제 개혁안 논의 중 정의당은 의원정수 확대, 한국당은 축소를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역구 225명, 비례 75명으로 300명을 절대 넘지 않는 선에서 하는 것으로 당론을 이미 확정했다”며 “300석 이상은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원 수를 줄이는 것도 특권 가진 사람 숫자가 줄어들지는 모르지만 거기에 속하는 사람의 특권은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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